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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일 여행|한국과 일본 게스트가 다시 보는 한국

July 10, 2026 by 신일 문 Leave a Comment

서론

한국은 가까운 나라일수록 오히려 쉽게 안다고 착각하기 쉬운 나라다.

한국인에게 한국은 너무 익숙하다. 서울의 궁궐과 한강, 전주의 비빔밥, 경주의 불국사, 부산의 바다, 제주의 노을은 이미 너무 많이 들어본 이름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그 장소들을 “이미 아는 곳”으로 지나친다.

일본인에게도 한국은 이제 낯선 나라가 아니다. 케이팝, 드라마, 음식, 패션, 카페, 뷰티, 여행 콘텐츠를 통해 한국은 이미 일상 가까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화면으로 본 한국과 실제로 걸어본 한국은 다르다. 서울의 빠른 속도 뒤에는 오래된 궁궐의 침묵이 있고,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 뒤에는 섬의 상처와 노동이 있다. 부산의 웃음 뒤에는 피란과 시장의 기억이 있고, 디엠지의 조용한 풍경 뒤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가 있다.

이 10일간의 상상 여행은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다.

서울에서 우리는 한국의 얼굴을 본다. 경복궁과 광화문, 북촌과 인사동, 청계천은 한국의 수도가 얼마나 오래된 기억 위에 서 있는지 보여준다. 성수와 압구정, 홍대와 용산은 한국의 젊은 문화가 어떻게 빠르게 자신을 바꾸고 세계로 나아가는지 보여준다.

파주와 디엠지에서는 한국이 아직 끝내지 못한 질문 앞에 선다. 전쟁은 역사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철책과 전망대, 끊어진 길과 기다리는 가족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전주에서는 한국의 밥상을 만난다. 음식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관계이고, 환대이고, 기억이다. 비빔밥 한 그릇, 막걸리 한 상, 시장의 반찬 속에는 한국인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들어 있다.

경주에서는 오래된 시간이 말을 건넨다. 불국사와 석굴암, 대릉원과 첨성대는 한국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하늘과 땅, 죽음과 아름다움, 신앙과 질서를 생각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부산에서는 한국의 또 다른 에너지를 만난다. 해운대와 자갈치시장, 감천문화마을과 광안리의 밤은 바다와 시장, 웃음과 생존, 항구 도시의 거친 정을 보여준다.

여수, 순천, 남해에서는 한국의 남쪽이 가진 느린 설득을 배운다. 정원과 습지, 섬과 바다는 사람에게 더 천천히 걷고, 더 낮은 목소리로 듣고, 자연 앞에서 조금 작아지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에서 이 여행은 깊어진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월정리와 동문시장, 한라산과 협재, 애월과 노을은 제주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바람, 돌, 노동, 고립, 상처, 자유를 함께 보여준다.

이 여행의 중심 질문은 하나다.

한국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도, 정말 한국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도, 정말 한국을 가까이 보고 있었을까?

이 10일의 여정은 한국을 설명하려는 여행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품고 있는 질문 앞에 서는 여행이다. 빠른 나라, 뜨거운 나라, 아픈 나라, 아름다운 나라, 다정한 나라, 모순적인 나라. 그 모든 얼굴을 함께 볼 때, 한국은 비로소 조금 더 깊게 보이기 시작한다.


Table of Contents
서론
Day 1 — 서울의 얼굴: 궁궐, 광화문, 북촌, 익선동, 청계천
Day 2 — 서울의 오늘: 성수, 서울숲, 압구정, 한강, 을지로
Day 3 — 케이컬처 서울: 홍대, 연남, 망원시장, 용산, 남산
Day 4 — 디엠지와 파주: 임진각, 도라전망대, 제3땅굴, 헤이리, 파주출판도시
Day 5 — 전주: 한옥, 비빔밥, 막걸리, 남부시장, 풍류
Day 6 — 경주: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
Day 7 — 부산: 해동용궁사,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감천문화마을, 자갈치시장, 광안리
Day 8 — 여수, 순천, 남해: 바다, 섬, 정원, 생태
Day 9 — 제주 동쪽: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우도, 월정리, 동문시장
Day 10 — 제주 서쪽과 남쪽: 한라산, 오설록, 협재, 애월, 제주 노을
마무리 - 알엠

Day 1 — 서울의 얼굴: 궁궐, 광화문, 북촌, 익선동, 청계천

Theme

한국의 수도는 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가?

Guests

유재석 — 한국 독자가 편하게 따라올 수 있도록 서울의 여러 얼굴을 연결해주는 국민 MC
유홍준 — 궁궐, 한옥, 골목, 오래된 서울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문화유산 안내자
한강 — 도시 안에 남아 있는 기억과 침묵을 읽어내는 작가
上田晋也 / Shinya Ueda — 일본인의 시선으로 날카롭지만 유쾌하게 질문을 던지는 MC
黒柳徹子 / Tetsuko Kuroyanagi — 오래된 기억, 문화적 품격,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듣는 일본의 전설적 인터뷰어

Opening

유재석:
서울을 여행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말하죠. 경복궁, 북촌, 인사동, 청계천.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쉽게 지나치는 이름들입니다.

上田晋也:
일본 사람에게 서울은 K-pop, 드라마, 쇼핑, 음식의 도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궁궐로 가는 건 조금 의외네요.

유홍준:
그게 중요합니다. 서울은 새것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도시입니다. 가장 빠르게 변하는 도시이면서, 동시에 조선의 수도였던 기억을 아직도 품고 있지요.

黒柳徹子:
도시에는 겉으로 보이는 얼굴과, 오랫동안 말하지 않고 남아 있는 얼굴이 있습니다. 서울은 아마 그 두 얼굴이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 도시일 것 같아요.

한강:
서울은 너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안에 남아 있는 침묵을 잘 듣지 못합니다. 오늘은 그 침묵을 따라 걸어보면 좋겠습니다.

Scene 1 — 경복궁과 광화문

장소의 분위기

아침의 광화문 광장은 넓고 밝다. 차들은 빠르게 지나가고, 빌딩들은 곧게 서 있으며, 그 뒤로 경복궁의 문이 조용히 버티고 있다. 서울은 이곳에서 가장 이상한 얼굴을 보여준다. 왕궁 앞에 현대 도시가 있고, 현대 도시 뒤에 산이 있다.

Conversation

유재석:
서울에 사는 사람도 경복궁 앞을 지나갈 때 그냥 “아, 경복궁이네” 하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온 분들은 여기서 멈추더라고요.

上田晋也:
일본 도쿄도 과거와 현재가 섞여 있지만, 서울은 느낌이 다르네요. 궁궐이 도시 안에 조용히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도시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홍준:
맞습니다. 경복궁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떤 질서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궁궐의 배치는 정치이면서 철학이고, 건축이면서 마음의 질서입니다.

黒柳徹子:
그러면 이 문을 지나간다는 것은 단순히 옛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옛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잠시 빌려보는 일이겠네요.

한강:
하지만 궁궐은 아름답기만 한 곳은 아닙니다. 권력의 장소였고, 상실의 장소였고, 침묵이 오래 쌓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서울의 첫 장면이 이곳이라는 건, 한국을 쉽게 설명하지 않겠다는 뜻 같아요.

유재석:
그러니까 오늘 여행은 “예쁜 곳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 왜 이런 얼굴을 갖게 되었는지 듣는 시간이네요.

Scene 2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또는 국립민속박물관

장소의 분위기

경복궁 옆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전통의 언어가 현대의 언어로 바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오래된 서울의 중심에서 오늘의 감각을 보여준다. 반대로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인의 일상과 생활의 기억을 조용히 펼쳐놓는다.

Conversation

上田晋也:
재미있네요. 궁궐을 보고 바로 현대미술관을 가면 머리가 조금 흔들릴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는 조선의 시간에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의 질문이 나오니까요.

유홍준:
그 흔들림이 서울입니다. 서울은 과거를 박물관 안에만 넣어두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 밀고 당기며 같은 동네에 있습니다.

유재석: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사실 그 빠름 안에는 오래된 기억도 같이 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黒柳徹子:
일본도 전후에 빠르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변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가끔 자기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하지요. 서울은 그 기억을 다시 붙잡으려는 도시처럼 보입니다.

한강:
기억은 항상 큰 역사 속에만 있지 않습니다. 밥상, 옷, 집, 아이들의 놀이, 골목의 냄새 같은 것들 속에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과거를 설명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묻는 곳이 될 수 있습니다.

유재석:
여행자가 미술관에 들어가면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냥 자기 마음이 어디서 멈추는지 보면 되는 것 같네요.

Scene 3 — 북촌 한옥마을

장소의 분위기

북촌의 골목은 좁고 조용하다. 한옥 지붕은 낮게 이어지고, 골목 끝에는 서울의 현대적인 빌딩들이 언뜻 보인다. 관광객의 발걸음과 실제 주민의 생활이 같은 길 위에서 조심스럽게 스친다.

Conversation

유재석:
북촌은 예쁘지만, 동시에 조심해야 하는 곳이죠.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 사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上田晋也:
그 점이 흥미롭습니다. 관광지가 되면 사람들은 장소를 배경으로만 보게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그냥 집이잖아요.

유홍준:
한옥은 단지 옛집이 아닙니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는 건축입니다. 마당, 처마, 창, 방의 방향이 모두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黒柳徹子:
집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편안함이라고 느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옥은 조용하고, 낮고, 바람이 지나갈 자리를 남겨두는 것 같아요.

한강:
서울의 아파트는 위로 올라가고, 한옥은 옆으로 숨을 쉽니다. 북촌을 걷다 보면, 우리가 편리함과 바꾼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유재석:
한국 사람들도 한옥을 보면 “좋다”고 말하지만, 정작 살기는 어렵다고 하죠. 그러면 이곳은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속도일지도 모르겠네요.

Scene 4 — 인사동과 익선동

장소의 분위기

인사동은 전통 공예품과 찻집, 갤러리, 관광객의 발걸음이 섞여 있는 거리다. 익선동은 오래된 한옥 골목 안에 카페, 식당, 작은 가게들이 들어선 곳이다. 옛것은 보존되기도 하고, 소비되기도 하며, 새롭게 꾸며지기도 한다.

Conversation

上田晋也:
여기는 조금 복잡하네요. 전통을 보러 온 것 같은데, 동시에 아주 현대적인 상업 공간이기도 합니다.

유홍준:
바로 그 지점이 중요합니다. 전통은 박제하면 죽고, 팔기만 하면 가벼워집니다. 인사동과 익선동은 그 사이에서 계속 균형을 찾는 장소입니다.

유재석:
한국 사람들도 이런 곳에 오면 좋아하면서도 조금 민망해할 때가 있어요. “이게 진짜 전통인가?” 하는 마음도 있고, “그래도 예쁘다” 하는 마음도 있고요.

黒柳徹子:
전통은 항상 순수한 형태로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고, 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전통도 변합니다. 중요한 건 그 변화를 너무 쉽게 비난하지 않는 것일지도 몰라요.

한강: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골목이 너무 예쁘게 소비되면, 그 안에 있던 생활의 주름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기억을 지우는 순간도 있으니까요.

유재석:
그러면 오늘의 질문은 이런 거네요. 우리는 전통을 사랑하는 걸까요, 아니면 전통처럼 보이는 분위기를 소비하는 걸까요?

上田晋也:
그 질문은 일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교토도 그렇고, 도쿄의 옛 거리도 그렇습니다. 관광은 때때로 장소를 살리지만, 동시에 장소를 연기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Scene 5 — 청계천과 광화문 야경

장소의 분위기

저녁이 되면 서울은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청계천 물길 옆으로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빌딩의 불빛은 물 위에 흔들린다. 낮의 서울이 역사와 도시의 충돌이었다면, 밤의 서울은 잠시 숨을 고르는 얼굴이다.

Conversation

유재석:
서울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청계천은 참 좋은 곳입니다. 도시 한가운데인데도 물소리가 들리니까요.

上田晋也:
도쿄에도 강과 운하가 있지만, 서울의 청계천은 조금 상징적으로 느껴집니다. 도시가 자기 안에 다시 물길을 만든 것 같아요.

유홍준:
청계천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닙니다. 서울이 개발과 복원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물길은 도시의 기억을 다시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黒柳徹子:
낮에는 궁궐과 골목을 보았고, 밤에는 물길을 걷습니다. 오늘의 서울은 빠른 도시였지만, 동시에 오래된 도시였고, 또 회복하려는 도시였네요.

한강:
도시는 사람처럼 상처를 숨기기도 하고, 다시 드러내기도 합니다. 청계천의 물은 아주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재석:
처음에는 서울을 소개한다고 생각했는데, 걷다 보니 서울이 우리에게 묻는 것 같네요. “너희는 나를 정말 알고 있니?”라고요.

Closing

유재석:
Day 1은 서울의 대표 명소를 걷는 하루였지만, 사실은 서울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경복궁, 미술관, 북촌, 인사동, 익선동, 청계천.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질문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上田晋也:
일본인의 눈으로 보면 서울은 매우 빠른 도시입니다. 그런데 오늘 걸어보니 빠르기만 한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빠른 속도 아래에 오래된 시간과 조용한 기억이 있었습니다.

유홍준:
서울은 새 건물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고, 옛 궁궐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함께 존재하는 도시입니다.

黒柳徹子:
좋은 도시는 한 번에 이해되지 않습니다. 오늘의 서울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화려하게 보이고, 그다음에는 복잡하게 보이고, 마지막에는 조금 조용하게 마음에 남습니다.

한강:
서울을 걷는다는 것은 결국 한국의 기억 위를 걷는 일입니다. 그 기억은 아름답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재석:
내일은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보러 갑니다. 성수, 서울숲, 압구정, 한강, 을지로. 오늘이 서울의 오래된 얼굴이었다면, 내일은 서울의 지금, 그리고 젊은 한국의 속도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Day 2 — 서울의 오늘: 성수, 서울숲, 압구정, 한강, 을지로

Theme

한국의 젊은 문화는 왜 이렇게 빨리 변하면서도 골목의 기억을 버리지 않을까?

Guests

알엠 — 젊은 세대, 예술, 도시의 고독, 글로벌 한국인의 시선으로 서울을 바라보는 목소리
장원영 — 케이팝, 패션, 자기표현, 젊은 서울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아이콘
백종원 — 성수, 을지로, 시장, 골목, 일상의 맛을 읽어내는 음식 안내자
마츠코 디럭스 — 일본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트렌드, 소비문화, 사람들의 표정을 날카롭게 읽어내는 관찰자
아리요시 히로이키 — blunt한 유머와 거리 감각으로 서울의 젊은 문화를 바라보는 일본 예능인

Opening

알엠:
어제 우리가 걸었던 서울은 오래된 시간이 남아 있는 도시였습니다. 궁궐, 북촌, 인사동, 청계천. 그런데 오늘의 서울은 조금 다릅니다. 더 빠르고, 더 밝고, 더 불안정합니다.

장원영:
오늘 가는 곳들은 지금의 서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들이에요. 성수, 서울숲, 압구정, 한강, 을지로.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젊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들어 있어요.

백종원:
그리고 그런 동네는 꼭 음식이 같이 움직입니다. 카페가 생기고, 빵집이 생기고, 오래된 식당 옆에 팝업스토어가 들어오고요. 맛을 보면 그 동네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츠코 디럭스:
흥미롭네요. 일본에서도 유행하는 동네는 많지만, 서울은 변화 속도가 훨씬 빠른 것 같아요. 어제 인기 있었던 곳이 오늘은 조금 낡아 보이고, 오늘 낯선 곳이 내일은 모두가 가는 장소가 됩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그러면 오늘은 서울 관광이 아니라 유행의 현장을 보러 가는 거네요. 그런데 저는 조금 의심하면서 보겠습니다. 진짜 멋있는 건지, 그냥 사람들이 멋있다고 말해서 멋있어진 건지요.

알엠:
그 질문이 좋아요. 오늘의 서울은 아름답고 세련됐지만, 동시에 조금 피곤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면서도, 그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봐야 합니다.

Scene 1 — 성수동 카페거리와 팝업 스토어

장소의 분위기

성수동은 오래된 공장과 창고, 수제화 거리의 기억 위에 새 카페와 편집숍,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겹쳐진 동네다. 벽돌 건물, 거친 콘크리트, 세련된 간판, 줄 서 있는 젊은 사람들. 낡은 것과 새것이 싸우지 않고, 서로를 배경으로 삼는다.

Conversation

장원영:
성수동은 요즘 서울에서 가장 “지금” 같은 동네예요. 카페 하나, 팝업 하나, 작은 브랜드 하나가 사람들의 스타일을 바꾸기도 해요.

아리요시 히로이키:
그런데 재미있네요. 멋있어 보이려고 만든 새 건물보다, 오히려 낡은 공장 같은 건물이 더 멋있어 보입니다. 결국 오래된 걸 예쁘게 다시 포장하는 건가요?

백종원: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꼭 포장만은 아니에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그냥 일하던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만나고 소비하고 사진을 찍는 공간이 됐죠. 동네의 쓰임새가 바뀐 겁니다.

마츠코 디럭스:
일본에서도 그런 동네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성수는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공격적이에요. 카페도 그냥 카페가 아니라 자기 세계관을 보여주려는 느낌입니다.

알엠:
성수는 폐허가 아니라 편집된 기억 같아요. 낡은 벽을 그대로 남겨두지만, 그 벽 위에 새로운 취향을 얹습니다. 그래서 멋있지만 동시에 묻게 됩니다. 이곳의 과거는 정말 남아 있는 걸까, 아니면 분위기로만 소비되는 걸까.

장원영:
그래도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공간이 필요해요. 자기 취향을 확인하고, 친구를 만나고, 사진을 찍고, 나도 어떤 분위기 속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 곳이니까요.

백종원:
그러니까 성수는 음식이나 카페만 보는 곳이 아니라, 지금 한국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지 보는 곳입니다.

Scene 2 — 서울숲

장소의 분위기

성수의 브랜드와 카페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서울숲이 나온다. 높은 건물과 자동차 소리에서 벗어나면, 갑자기 나무와 잔디, 산책하는 사람들, 아이들, 강아지, 자전거가 보인다. 서울은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Conversation

알엠:
저는 도시 안에 이런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너무 밀도가 높아서, 사람도 생각도 계속 부딪히거든요.

마츠코 디럭스:
일본 사람에게 서울은 에너지가 강한 도시로 보입니다. 그런데 서울숲에 오니까 그 에너지가 조금 부드러워지네요. 젊은 사람들도 여기서는 덜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어요.

장원영:
서울숲은 성수와 연결되어 있어서 더 특별해요. 한쪽은 트렌드와 소비의 속도이고, 다른 한쪽은 걷고 쉬는 시간이에요. 둘 다 지금 서울의 모습이에요.

아리요시 히로이키:
저는 솔직히 이런 곳에 오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는지 궁금합니다. 쉬러 온 건지, 쉬는 모습을 보여주러 온 건지요.

백종원:
그런데 그게 요즘 문화죠. 밥도 그냥 먹는 게 아니라, 먹은 걸 보여주고. 산책도 그냥 걷는 게 아니라, 걷는 분위기를 남기고요.

알엠:
맞아요. 하지만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은 자기 삶의 작은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하니까요. 다만 문제는, 그 순간을 느끼기 전에 먼저 보여주려고 할 때 생기죠.

마츠코 디럭스:
좋은 말이네요. 도시의 공원은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장소여야 하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까지 예쁘게 보여줘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장원영:
그래도 저는 이곳이 좋아요. 서울이 항상 무대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서울숲에서는 잠시 무대 뒤로 내려오는 기분이 들거든요.

Scene 3 — 압구정, 도산공원, 청담동

장소의 분위기

압구정과 청담은 서울의 세련된 얼굴을 보여준다. 고급 브랜드 매장, 깔끔한 카페, 잘 관리된 거리, 조용한 차들,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도산공원 주변은 한국의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감각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드러나는 곳이다.

Conversation

장원영:
이 동네는 서울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곳 중 하나예요. 패션, 뷰티, 브랜드, 카페, 사진. 사람들이 한국의 세련됨을 떠올릴 때 이런 장면이 많이 나오죠.

아리요시 히로이키:
조금 긴장되네요. 성수는 멋있지만 조금 자유로운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실수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백종원:
압구정이나 청담은 음식도 다르게 움직입니다. 맛도 중요하지만, 분위기와 브랜드가 같이 갑니다. 어디서 먹었느냐가 때로는 무엇을 먹었느냐만큼 중요해지죠.

마츠코 디럭스:
일본에서도 그런 동네가 있습니다. 긴자나 오모테산도 같은 곳이죠. 하지만 서울은 더 직접적으로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알엠:
한국 사회는 자기계발과 자기표현이 굉장히 강한 나라입니다. 외모, 스타일, 커리어, 취향. 다들 자신을 더 나은 형태로 만들려고 하죠. 그런데 그게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장원영: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꾸미는 일이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자신감이기도 해요.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표정으로 걷고, 어떤 공간에 있는지를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고 싶다”고 말하는 거니까요.

아리요시 히로이키:
그럼 이 동네는 단순한 부자 동네가 아니라, 사람들이 되고 싶은 자기 모습을 연습하는 무대일 수도 있겠네요.

마츠코 디럭스:
맞아요. 하지만 무대가 너무 오래 계속되면 피곤해집니다. 사람이 계속 아름답고 세련되어야 한다면, 쉴 곳이 없어지니까요.

알엠:
그래서 서울은 늘 양면적입니다. 가능성을 주지만, 동시에 비교를 만들고. 빛나게 하지만, 동시에 외롭게 만들죠.

Scene 4 — 한강 sunset walk

장소의 분위기

해가 기울 무렵 한강은 서울의 긴장을 조금씩 풀어준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돗자리에 앉은 사람, 편의점 라면을 먹는 사람, 강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 있는 사람들. 높은 아파트와 다리와 노을이 물 위에 겹친다.

Conversation

백종원:
한강에 오면 꼭 비싼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편의점 라면, 치킨, 김밥, 커피. 이런 게 오히려 한강의 맛이에요.

장원영:
한강은 서울 사람들에게 특별한 장소예요.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쉬는 곳이기도 하고, 혼자 생각하러 오는 곳이기도 해요.

마츠코 디럭스:
일본 사람에게 한강은 드라마 속 장면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와보면 훨씬 생활감이 있네요. 사람들이 꾸미고 온 사람도 있지만, 그냥 편하게 쉬는 사람도 많아요.

아리요시 히로이키:
저는 여기가 오늘 중 제일 마음이 편합니다. 압구정에서는 제가 뭘 입었는지 신경 쓰였는데, 한강에서는 그냥 앉아 있어도 될 것 같아요.

알엠:
한강은 서울의 감정을 가장 잘 받아주는 장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기쁠 때도 오고, 힘들 때도 오고, 아무 이유 없이도 옵니다. 강은 사람에게 대답하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안합니다.

백종원:
한강이 좋은 이유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비싼 식당에 가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됩니다. 그냥 앉아서 먹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장원영:
저는 서울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질 때, 한강 같은 곳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도시가 계속 달리기만 하면 사람들이 버티기 어렵잖아요.

마츠코 디럭스:
서울의 젊은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강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주는 장소니까요.

알엠:
노을이 질 때 한강을 보면 서울이 조금 덜 차갑게 느껴집니다. 도시는 여전히 크고 복잡하지만, 그 안에 사람의 온도가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Scene 5 — 을지로와 명동 밤거리

장소의 분위기

밤이 되면 을지로는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오래된 인쇄소와 공구상가 사이로 작은 술집과 카페, 네온사인과 젊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명동은 다시 관광객과 쇼핑객, 길거리 음식, 밝은 간판으로 붐빈다. 서울의 밤은 오래된 노동의 흔적과 새로운 소비의 빛이 함께 흔들리는 시간이다.

Conversation

아리요시 히로이키:
을지로는 정말 이상한 동네네요. 낮에는 조금 오래되고 거친 느낌인데, 밤이 되니까 갑자기 젊은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백종원:
이런 동네가 재미있는 겁니다. 오래된 가게, 노포, 공구상가, 작은 식당들이 살아 있고, 그 사이에 젊은 감각이 들어오니까요. 너무 깨끗하게 정리된 곳보다 이야기가 많습니다.

마츠코 디럭스:
일본의 옛 상점가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동네가 살아나지만, 동시에 원래 있던 사람들은 밀려날 수 있습니다. 변화는 항상 좋은 얼굴만 가지고 오지 않아요.

장원영:
그래도 을지로의 밤은 특별해요. 너무 완벽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이에요. 서울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다른, 조금 거칠고 진짜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알엠:
을지로는 서울이 시간을 겹쳐놓는 방식 같아요. 오래된 노동, 낡은 간판, 젊은 취향, 술잔, 음악, 사진.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한 골목 안에서 같이 존재합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그런데 명동으로 오면 완전히 다른 서울이네요. 여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생각하는 서울에 더 가깝습니다. 화장품, 간식, 길거리 음식, 밝은 간판.

백종원:
명동도 중요한 곳입니다.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 중심지였고, 지금도 외국인에게는 서울을 처음 만나는 얼굴이죠. 명동의 길거리 음식은 관광지 음식이지만, 그것도 서울의 일부입니다.

마츠코 디럭스:
오늘 하루를 보면 서울은 정말 자기 얼굴이 많습니다. 성수에서는 트렌디하고, 서울숲에서는 쉬고, 압구정에서는 세련되고, 한강에서는 부드럽고, 을지로에서는 조금 거칠고, 명동에서는 화려합니다.

알엠:
그래서 서울은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서울의 힘입니다. 너무 빨리 변해서 불안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계속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니까요.

Closing

장원영:
오늘의 서울은 어제와 전혀 달랐습니다. 어제는 궁궐과 한옥, 골목과 물길이 있는 서울이었다면, 오늘은 카페, 브랜드, 공원, 패션, 강, 네온이 있는 서울이었습니다.

백종원:
그런데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는 비슷합니다. 어디에서 먹고, 어디에서 쉬고, 누구와 걷고, 무엇을 좋아하게 되는가. 서울의 트렌드는 그런 일상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마츠코 디럭스:
저는 오늘 서울이 조금 피곤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예쁘고 세련되고 새로워야 하는 도시. 하지만 동시에 그 피곤함을 스스로 웃고 즐기는 힘도 있었습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또 유행하는 동네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걷다 보니 이 유행 안에도 한국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힌트가 있더군요.

알엠:
서울의 오늘은 완성된 모습이 아닙니다. 계속 바뀌는 중이고, 때로는 너무 빠르고, 때로는 너무 외롭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만의 취향과 목소리와 쉼을 찾으려고 합니다.

장원영:
내일은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보러 갑니다. 홍대, 연남, 망원시장, 용산, 남산. 오늘이 서울의 트렌드였다면, 내일은 한국 대중문화와 젊은 에너지의 뿌리를 만나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Day 3 — 케이컬처 서울: 홍대, 연남, 망원시장, 용산, 남산

Theme

케이팝과 케이드라마는 왜 특별한 무대가 아니라 한국의 일상에서 태어났을까?

Guests

유재석 — 한국 대중문화의 친근함과 웃음을 연결해주는 국민 MC
봉준호 — 한국 사회의 계층, 유머, 불안, 욕망을 날카롭게 읽어내는 영화감독
백종원 — 시장, 골목, 분식, 서민 음식 속에서 한국 일상의 힘을 보여주는 음식 안내자
이쿠라 — 일본 젊은 세대의 음악 감성으로 케이팝과 서울의 청춘 문화를 바라보는 목소리
히카킨 — 유튜브, 크리에이터 문화, 디지털 세대의 관점에서 한국 콘텐츠의 속도를 읽어내는 일본 크리에이터

Opening

유재석:
어제는 성수, 압구정, 한강, 을지로를 걸으면서 지금 서울의 트렌드를 봤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젊고, 더 직접적인 서울을 만나러 갑니다. 홍대, 연남, 망원시장, 용산, 남산. 이름만 들어도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들이죠.

이쿠라:
일본에서 한국을 생각하면 케이팝, 드라마, 패션, 카페 문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런 문화가 실제로 어떤 거리와 일상에서 만들어지는지 보고 싶어요.

히카킨:
저도 궁금합니다. 일본에서도 한국 콘텐츠는 정말 강합니다. 음악, 댄스, 뷰티, 음식, 영상 편집 스타일, 숏폼까지요. 그런데 그 힘이 단순히 기획사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닐 것 같아요.

봉준호:
문화는 항상 멋진 무대 위에서만 태어나지 않습니다. 골목, 지하 연습실, 작은 식당, 좁은 방, 불안한 청춘, 도시의 압박 속에서 태어납니다. 한국 대중문화가 강한 이유도 그 안에 현실의 온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백종원:
맞습니다. 그리고 젊은 문화가 있는 곳에는 꼭 먹을 게 있습니다. 떡볶이, 튀김, 컵밥, 시장 음식, 늦은 밤의 라면, 작은 술집. 배고픈 청춘의 음식이 그 동네의 진짜 분위기를 만들죠.

유재석:
그럼 오늘은 케이컬처를 관광 상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 문화가 자라난 서울의 거리와 사람들을 보러 가는 하루가 되겠네요.

Scene 1 — 홍대 거리와 라이브 문화

장소의 분위기

홍대는 여전히 젊다. 거리에는 버스킹 음악이 흐르고, 작은 클럽과 라이브 공연장, 옷가게, 포스터, 낙서, 카페, 술집이 뒤섞여 있다. 예전의 예술대학 주변 분위기와 지금의 상업적 에너지가 함께 흔들리는 동네다. 완전히 순수하지도 않고, 완전히 가볍지도 않다.

Conversation

유재석:
홍대는 참 오래된 젊음의 장소입니다. 시대마다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죠.

이쿠라:
거리에서 음악이 들리는 게 좋아요. 완벽한 무대가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일본의 젊은 뮤지션들도 이런 거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히카킨:
요즘은 거리 공연이 그냥 거리에서 끝나지 않죠. 누군가 영상을 찍고, 숏폼에 올라가고, 갑자기 전 세계 사람들이 보게 됩니다. 홍대 같은 곳은 현실의 거리이면서 동시에 온라인 콘텐츠의 출발점입니다.

봉준호:
그런데 홍대의 재미는 성공한 사람들보다 아직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의 불안, 인정받고 싶은 욕망, 자기 목소리를 찾지 못한 청춘. 그런 것이 이 동네의 진짜 이야기입니다.

백종원:
맞아요. 홍대는 밤이 되면 음식도 달라집니다. 간단한 분식, 늦게 먹는 고기, 술집 안주, 길거리 간식. 배부른 도시가 아니라, 계속 움직이는 사람들의 음식이 많습니다.

유재석:
한국 대중문화가 강한 이유도 어쩌면 이런 곳에 있겠네요. 화려한 결과만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나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이쿠라:
홍대의 소리는 조금 거칠지만 솔직합니다. 완성된 음악보다 시작되는 음악이 들리는 느낌이에요.

Scene 2 — 연남동과 경의선숲길

장소의 분위기

홍대의 소음에서 조금 벗어나면 연남동이 나온다. 경의선숲길을 따라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골목마다 작은 카페와 식당, 독립서점, 소품 가게가 숨어 있다. 홍대가 밖으로 터지는 에너지라면, 연남은 조금 안쪽으로 접히는 감성이다.

Conversation

히카킨:
연남동은 영상으로 찍기 좋은 동네네요. 너무 큰 장면은 없는데, 작은 골목마다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런 곳은 짧은 영상으로도 감성이 잘 전달됩니다.

유재석:
맞아요. 연남동은 걸어야 보이는 동네입니다. 큰 건물이 아니라 작은 가게, 작은 표정, 작은 간판이 기억에 남죠.

봉준호:
저는 이런 동네를 보면 한국 젊은 세대의 감정이 보입니다. 너무 크고 성공적인 것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작고 조용한 공간에서 위로받고 싶어 합니다. 그 모순이 도시를 흥미롭게 만듭니다.

이쿠라:
일본의 젊은 사람들도 비슷해요. 큰 무대에 서고 싶지만, 동시에 자기만 아는 작은 카페나 골목을 갖고 싶어 하죠. 연남동은 그런 마음을 잘 받아주는 곳 같아요.

백종원:
연남동은 음식도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한국 음식만 있는 게 아니라, 파스타, 디저트, 베이커리, 작은 술집, 세계 음식이 다 섞여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먹는 방식이 바뀌면 동네도 바뀝니다.

유재석:
그런데 이런 동네도 유명해지면 걱정이 생기죠. 조용해서 좋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임대료가 오르고, 원래 있던 가게들이 사라지기도 하고요.

봉준호:
그것이 도시 문화의 슬픈 반복입니다. 어떤 장소가 진짜 분위기를 만들면, 그 분위기가 상품이 되고, 상품이 커지면 원래의 분위기가 밀려납니다.

이쿠라: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의 연남동에는 아직 작은 목소리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걷는 속도가 홍대보다 조금 느려서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도 더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Scene 3 — 망원시장과 망원한강공원

장소의 분위기

망원시장은 젊은 감성과 생활의 냄새가 함께 있는 시장이다. 닭강정, 고로케, 떡볶이, 김밥, 과일, 반찬 가게가 이어지고, 시장 밖으로 나가면 한강으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 이곳의 매력은 세련됨보다 생활감에 있다.

Conversation

백종원:
자, 이런 데가 진짜 재미있는 곳입니다. 시장은 관광지가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곳입니다. 망원시장은 그 생활감이 아직 살아 있어요.

히카킨:
일본 시청자들도 이런 시장 영상을 좋아합니다. 음식이 바로 보이고, 소리가 있고, 사람들이 있고, 가격도 느껴지고요. 콘텐츠로도 강하지만, 실제로 와야 더 재미있는 곳입니다.

유재석:
망원시장은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지만, 동네 주민들도 계속 오는 곳이죠. 그런 점에서 너무 관광지만은 아닙니다.

이쿠라:
길거리 음식을 보면 그 나라의 리듬이 느껴집니다. 한국 시장 음식은 빠르고, 뜨겁고, 나눠 먹기 좋고, 조금 시끄럽지만 정이 있어요.

봉준호:
시장에는 계층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맛집을 찾아오고, 누군가는 매일 장을 보러 오고, 누군가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일합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각자 다른 현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종원:
그래서 시장을 너무 예쁘게만 보면 안 됩니다. 맛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맛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유재석:
망원시장에서 음식을 사서 한강으로 걸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시장의 뜨거운 에너지에서 강의 바람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있거든요.

히카킨:
그 장면은 정말 좋겠네요. 시장에서 산 음식을 들고 한강에 앉는 것. 비싼 여행은 아니지만, 한국의 일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습니다.

이쿠라:
케이컬처가 화려한 무대만이 아니라면, 이런 장면도 케이컬처일 수 있겠네요. 친구들과 먹고, 걷고, 웃고, 강을 보는 시간.

Scene 4 — 용산과 케이팝의 도시 풍경

장소의 분위기

용산은 서울의 또 다른 변화의 중심이다. 기차역, 대형 쇼핑몰, 전자상가의 기억, 미군기지의 흔적, 새롭게 열리는 공원, 그리고 케이팝 산업의 상징적인 공간들이 겹쳐 있다. 이곳은 한국 현대사의 층과 글로벌 대중문화의 속도가 만나는 장소다.

Conversation

히카킨:
용산은 정말 여러 얼굴이 있는 곳이네요. 교통, 쇼핑, 전자제품, 군사적 기억, 그리고 지금은 케이팝의 상징적인 이미지까지 있습니다.

유재석:
맞습니다. 용산은 예전부터 변화가 많았던 동네입니다. 서울 안에서도 과거와 미래가 굉장히 복잡하게 겹쳐 있는 곳이죠.

봉준호:
용산은 한국 현대사의 압축판 같은 장소입니다. 외국 군대의 흔적, 개발의 욕망, 부동산, 대중문화 산업, 글로벌 팬덤. 이 모든 것이 한 지역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쿠라:
일본에서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들은 무대와 음악을 먼저 봅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케이팝은 도시 전체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연습실, 회사, 카페, 팬들, 지하철, 굿즈, 영상. 하나의 생태계처럼요.

백종원:
팬들이 움직이면 동네 음식도 움직입니다. 공연장 근처, 회사 근처, 역 근처에 사람들이 모이고, 먹고, 기다리고, 소비하죠. 대중문화는 음악만 만드는 게 아니라 상권도 움직입니다.

히카킨:
그리고 팬들은 이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닙니다. 영상을 만들고, 번역하고, 리액션하고, 홍보하고, 분석합니다. 케이팝은 회사가 만드는 콘텐츠이지만, 팬들이 다시 확장시키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유재석:
그게 한국 콘텐츠의 큰 힘이죠.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서로 밀어주면서 더 커집니다.

봉준호:
하지만 그 안에는 압박도 있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 케이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매우 치열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쿠라: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봐야겠네요. 무대 위의 빛만 보지 말고, 그 빛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쌓였는지도 봐야 하니까요.

Scene 5 — 남산서울타워 야경

장소의 분위기

밤이 되면 남산은 서울 전체를 내려다보는 장소가 된다. 케이블카와 산책길, 자물쇠가 걸린 난간, 멀리 보이는 한강과 빌딩의 불빛. 낮 동안 걸었던 홍대, 연남, 망원, 용산의 조각들이 하나의 도시 풍경 안으로 들어온다.

Conversation

유재석:
남산에 올라오면 서울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낮에는 너무 복잡하고 빠르게 느껴졌던 도시가, 밤에는 하나의 큰 빛처럼 보이죠.

이쿠라:
정말 아름답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조금 외롭기도 합니다. 도시의 불빛이 많을수록, 그 안에 혼자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봉준호:
서울의 야경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노동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늦게까지 켜진 사무실, 배달 오토바이, 연습실, 편의점, 지하철. 도시의 빛은 누군가의 밤입니다.

히카킨:
그 말이 인상적입니다. 영상으로 보면 야경은 그냥 예쁜 장면이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있네요.

백종원:
맞습니다. 밤늦게 먹는 음식도 그래서 특별합니다. 야근한 사람, 연습 끝난 사람, 데이트 끝난 사람, 친구와 헤어지기 싫은 사람. 밤의 음식에는 낮과 다른 감정이 있어요.

유재석:
오늘 하루를 보면 케이컬처도 결국 그런 사람들의 밤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거리 공연, 작은 카페, 시장 음식, 팬들의 기다림, 연습실의 불빛.

이쿠라:
서울은 무대가 많은 도시지만, 오늘 보니 무대보다 무대 뒤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노래가 나오기 전의 시간,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의 골목, 영상이 올라가기 전의 삶.

봉준호:
좋은 문화는 현실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만듭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에 닿는 이유도, 그 안에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감정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히카킨:
그러니까 케이컬처는 단지 한국이 세계에 수출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자기 삶을 버티고 표현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네요.

Closing

유재석:
오늘 우리는 홍대, 연남, 망원시장, 용산, 남산을 걸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케이팝과 케이드라마, 젊은 문화의 하루였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 문화는 사람들의 일상과 아주 가까이 있었습니다.

백종원:
문화는 배고픈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옵니다. 시장에서 먹고, 길에서 노래하고, 늦은 밤에 라면을 먹고, 친구들과 웃으면서 버티는 시간. 그런 것들이 쌓여서 한국의 힘이 됩니다.

히카킨:
저는 오늘 케이컬처가 단순히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것은 거리와 팬과 음식과 영상과 도시의 속도가 함께 만든 생태계였습니다.

이쿠라:
서울은 아주 빠르고 때로는 외롭게 느껴졌지만, 그 속에서 계속 노래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마음에 남는 도시였습니다.

봉준호:
한국 대중문화는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만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좁은 골목, 작은 방, 시장의 냄새, 도시의 불안, 청춘의 욕망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세계가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단순히 한국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현실도 함께 보게 되는 것입니다.

유재석:
내일은 서울을 잠시 벗어나, 한국의 가장 깊고 어려운 경계로 갑니다. 디엠지와 파주. 오늘이 한국 문화의 빛을 본 하루였다면, 내일은 그 빛 뒤에 남아 있는 분단과 기억의 질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Day 4 — 디엠지와 파주: 임진각, 도라전망대, 제3땅굴, 헤이리, 파주출판도시

Theme

한국의 가장 아픈 경계는 왜 동시에 가장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장소인가?

Guests

손석희 — 분단, 뉴스, 사회적 질문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진행자
한강 — 말할 수 없는 상처와 침묵을 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작가
유홍준 — 한국 현대사의 장소성과 기억을 설명하는 문화 해설자
우에다 신야 — 일본인의 시선으로 날카롭지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MC
구로야나기 테츠코 — 전쟁, 기억,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듣는 일본의 전설적 인터뷰어

Opening

손석희:
오늘은 서울의 밝은 거리와 젊은 문화를 잠시 뒤로하고, 한국의 가장 어려운 장소로 갑니다. 디엠지와 파주입니다. 이곳은 관광지이지만, 단순한 관광지로만 볼 수 없는 곳입니다.

우에다 신야:
일본인에게도 한반도의 분단은 뉴스로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뉴스로 아는 것과 실제 장소에 서는 것은 전혀 다를 것 같습니다.

유홍준:
그렇습니다. 역사는 책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땅에도 남아 있고, 강에도 남아 있고, 철조망과 전망대와 끊어진 길에도 남아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보는 것은 풍경이면서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입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전쟁과 분단의 이야기는 숫자로 말하기 쉽습니다. 몇 년, 몇 명, 몇 킬로미터. 하지만 결국 그 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있습니다. 가족, 기다림, 헤어짐,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지요.

한강:
어떤 장소는 너무 많은 말을 품고 있어서 오히려 조용합니다. 디엠지는 그런 곳입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너무 많은 침묵이 들리는 곳입니다.

손석희:
오늘의 질문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왜 아직도 이 경계 앞에서 멈춰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경계를 관광하면서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Scene 1 —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장소의 분위기

임진각은 분단의 현실과 평화를 향한 바람이 함께 놓인 장소다. 넓은 공원, 바람개비, 철조망, 낡은 기차, 가족 단위 관광객, 사진을 찍는 사람들. 밝고 넓은 공간이지만, 그 바닥에는 쉽게 웃을 수 없는 시간이 깔려 있다.

Conversation

우에다 신야:
처음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평화로운 공원처럼 보였습니다. 가족들도 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조금만 둘러보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손석희:
임진각은 그런 장소입니다. 평화를 말하지만, 그 평화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밝은 공원과 분단의 상징이 같은 공간에 있습니다.

유홍준:
여기서 중요한 것은 풍경의 이중성입니다. 사람들은 산책하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관광객은 사진을 찍습니다. 하지만 그 곁에는 끊어진 철길과 전쟁의 흔적이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는 이렇게 일상과 상처가 나란히 존재합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살아야 합니다. 밥을 먹고, 아이를 키우고, 여행을 오고, 웃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장소가 더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 위에서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이니까요.

한강:
분단의 풍경은 늘 모순적입니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넓고, 때로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상처를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에다 신야:
그러면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겠네요. 기록하고 싶지만, 가볍게 소비해서는 안 되는 장소니까요.

손석희:
맞습니다. 여행자는 장소를 볼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그 장소가 품은 고통을 존중할 의무도 있습니다.

Scene 2 — 도라전망대

장소의 분위기

도라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북쪽 땅이 보인다.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산과 들, 건물과 길은 가까운 듯 멀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사는 땅이지만, 쉽게 건널 수 없는 거리다. 이곳에서는 시야가 넓어질수록 마음은 오히려 좁아진다.

Conversation

유홍준:
전망대는 보통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올라가는 곳입니다. 그런데 도라전망대는 다릅니다. 이곳에서는 보이지만 갈 수 없는 땅을 봅니다.

우에다 신야:
그 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보인다는 건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데, 실제로는 갈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거리감을 만드네요.

손석희:
분단은 지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더 큽니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제도와 군사와 정치가 사람들의 왕래를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풍경은 단순한 풍경이 아닙니다. 질문입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가족이 서로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긴 고통일까요. 편지를 보내지 못하고, 안부를 묻지 못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시간이 계속된다는 것. 그것은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한강:
멀리 보이는 땅은 낯선 나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언어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너무 가까워서 더 아프고, 너무 멀어져서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우에다 신야:
일본인으로서 이런 장소에 서면 조심스러워집니다. 질문을 하고 싶지만, 쉽게 말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손석희:
그 조심스러움이 필요합니다. 어떤 질문은 빨리 답을 얻기 위해 묻는 것이 아니라, 오래 생각하기 위해 묻는 것이니까요.

Scene 3 — 제3땅굴 또는 평화 곤돌라

장소의 분위기

제3땅굴은 지하로 내려가는 경험이다. 좁고 낮은 공간, 차가운 벽, 몸을 숙여야 하는 통로. 땅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흔적이 땅 아래에 남아 있다. 반대로 평화 곤돌라는 하늘 위에서 철책과 강, 들판을 바라보게 한다. 아래로 내려가든 위로 올라가든, 분단은 다른 각도로 몸에 들어온다.

Conversation

우에다 신야:
땅굴은 몸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장소네요. 그냥 설명을 듣는 것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몸이 먼저 긴장합니다.

유홍준:
역사는 때로 공간의 크기로 느껴집니다. 낮은 천장, 좁은 길, 차가운 벽. 이런 물리적인 감각이 말보다 강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한강:
땅 아래의 길은 숨겨진 의도를 품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파고 들어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길이 사람을 살리기 위한 길이 아니라 침투를 위한 길이었다는 사실이 몸을 무겁게 합니다.

손석희:
분단은 보이는 철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불신, 보이지 않는 군사적 긴장, 보이지 않는 상처가 계속 남아 있습니다. 땅굴은 그 보이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전쟁의 흔적을 볼 때마다 저는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도, 그것을 막으려 했던 사람들도, 결국은 모두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 형제였을 것입니다. 역사는 사람을 숫자로 만들지만, 기억은 다시 사람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우에다 신야:
평화 곤돌라처럼 위에서 보는 경험은 또 다르겠네요. 위에서 보면 풍경이 아름다울 수도 있으니까요.

한강: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폭력의 기억이 같은 장소에 있을 때, 사람은 무엇을 먼저 보아야 할까요. 아름다움을 부정할 수도 없고, 상처를 잊을 수도 없습니다.

손석희:
아마 그 둘을 동시에 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겁니다. 평화는 아름다운 말이지만, 그 말이 가벼워지지 않으려면 상처를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Scene 4 — 헤이리 예술마을

장소의 분위기

파주의 헤이리 예술마을은 디엠지의 긴장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갤러리, 카페, 서점, 작은 공연장, 독특한 건축물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 예술마을 역시 분단의 땅과 멀지 않다. 경계 가까이에 예술이 있다는 사실은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고, 동시에 묘하다.

Conversation

유홍준:
헤이리는 예술가, 작가, 건축가들이 모여 만든 마을입니다. 그런데 이곳이 파주에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분단의 경계 가까이에 창작의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우에다 신야:
방금 전까지는 철책과 땅굴을 보았는데, 갑자기 예술마을에 오니 마음이 조금 이상합니다. 너무 분위기가 달라서요.

손석희:
그 차이가 파주의 현실입니다. 파주는 안보와 출판, 군사적 긴장과 예술적 상상력이 함께 있는 지역입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국 사회의 단면이기도 합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전쟁과 상처가 있는 곳에서 예술이 필요하다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은 고통만으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하지요.

한강:
예술은 상처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처를 사라진 것처럼 만들지 않고, 계속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헤이리 같은 공간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우에다 신야:
일본에서도 재해나 전쟁의 기억을 예술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하지만 항상 질문이 남습니다. 고통을 아름답게 표현해도 되는가. 그것이 누군가의 상처를 소비하는 일이 되지는 않는가.

한강:
그 질문은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예술은 상처를 다룰 때 늘 위험합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위험입니다.

유홍준:
그래서 좋은 예술은 답을 주기보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려는 기억 앞에 다시 서게 만듭니다.

Scene 5 — 파주출판도시

장소의 분위기

파주출판도시는 책과 건축, 출판사와 서점, 조용한 거리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서울의 소음에서 멀지 않지만, 훨씬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읽는 사람들, 보관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이곳에 쌓여 있다. 분단의 땅 가까이에 책의 도시가 있다는 사실은 깊은 상징처럼 느껴진다.

Conversation

손석희:
오늘의 마지막 장소가 출판도시라는 것이 의미 있습니다. 분단의 장소를 보고 난 뒤, 우리는 책의 도시로 왔습니다. 말과 기록과 기억의 공간입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책은 사람을 오래 기다릴 수 있게 합니다. 오늘 말하지 못한 이야기도, 지금 이해하지 못한 고통도, 언젠가 누군가가 읽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남깁니다.

유홍준:
파주출판도시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닙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도시이고, 건축적으로도 독특한 공간입니다. 한국이 얼마나 빠른 사회인지 생각하면, 책의 속도를 가진 도시가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에다 신야: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좋은 장소네요. 디엠지에서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고, 여기서는 말이 책이 되어 오래 남습니다.

한강:
책은 침묵과 말 사이에 있습니다. 너무 아픈 것은 바로 말할 수 없고, 너무 중요한 것은 사라지게 둘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씁니다. 읽습니다. 다시 묻습니다.

손석희:
분단도 결국 기록되어야 합니다. 정치적 사건으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으로, 가족의 기억으로, 도시와 마을의 변화로, 문학과 기사와 증언으로 남아야 합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그리고 기억은 미움만을 위해 남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기억은 다시는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남아야 합니다.

우에다 신야:
일본인의 입장에서 오늘 하루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가까운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좋은 음식과 드라마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가 아직 안고 있는 질문 앞에 조심스럽게 서는 일이니까요.

한강:
그 조심스러움이 여행의 가장 깊은 예의일지도 모릅니다.

Closing

손석희:
오늘 우리는 임진각, 도라전망대, 제3땅굴, 헤이리, 파주출판도시를 걸었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분단의 경계였고, 마지막은 책과 기록의 도시였습니다.

유홍준:
한국의 현대사는 서울의 빛나는 거리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분단의 땅, 끊어진 길, 기다리는 가족, 기록되지 못한 기억들이 함께 있어야 한국이라는 나라를 더 온전히 볼 수 있습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전쟁과 분단의 이야기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피하면 안 됩니다. 사람의 이야기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오래 들어야 합니다.

우에다 신야:
일본인으로서 오늘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습니다. 질문이 많아졌고, 쉽게 말할 수 없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이야말로 가까운 나라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한강:
디엠지는 침묵의 장소입니다. 하지만 그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헤어진 사람들, 돌아오지 못한 시간,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가 있습니다.

손석희:
내일은 전주로 갑니다. 오늘이 한국의 아픈 경계를 바라본 하루였다면, 내일은 한국의 밥상과 한옥, 맛과 공동체를 통해 또 다른 한국의 기억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Day 5 — 전주: 한옥, 비빔밥, 막걸리, 남부시장, 풍류

Theme

한국의 맛은 왜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억과 공동체인가?

Guests

백종원 — 전주의 음식, 시장, 밥상, 골목의 맛을 가장 현실적으로 풀어주는 음식 안내자
유재석 — 여행자의 마음과 현지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국민 MC
한강 — 한옥의 조용함, 골목의 기억, 오래된 한국의 감정을 읽어내는 작가
마츠코 디럭스 — 일본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음식 문화와 사람들의 일상을 날카롭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관찰자
기무라 타쿠야 — 일본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매력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스타 게스트

Opening

유재석:
어제 우리는 디엠지와 파주에서 한국의 가장 아픈 경계를 걸었습니다. 오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주입니다. 한옥, 비빔밥, 막걸리, 시장, 골목. 이름만 들어도 배가 고파지는 도시죠.

백종원:
전주는 음식으로 유명하지만, 그냥 맛집 많은 도시라고만 생각하면 아깝습니다. 전주의 음식은 오래된 생활 방식과 연결되어 있어요. 밥상, 반찬, 술자리, 시장,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까지 다 들어 있습니다.

마츠코 디럭스:
일본에서도 전주는 한국 음식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음식이 맛있다는 말보다, 왜 그 도시가 그런 맛을 갖게 되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기무라 타쿠야:
전주는 사진으로 봐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한옥이 있고,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걷고, 골목에는 음식 냄새가 나고요. 하지만 너무 예쁘게 보이는 곳일수록, 그 안쪽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강:
전주의 아름다움은 화려함보다 낮은 곳에 있습니다. 처마 아래의 그림자, 오래된 골목의 냄새, 밥상 위의 작은 반찬들, 밤에 들리는 사람들의 웃음. 그런 것들이 모여 도시의 감정을 만듭니다.

유재석:
그럼 오늘은 전주를 “맛있는 도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왜 밥상 위에서 기억을 나누는지 보는 하루가 되겠네요.

Scene 1 — 전주한옥마을

장소의 분위기

전주한옥마을은 낮은 지붕들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곳이다. 처마와 골목, 돌담과 찻집, 한복을 입은 여행자들,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함께 있다. 오래된 한국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현대 관광지의 활기도 강하다. 전주는 여기서 전통과 소비 사이의 복잡한 얼굴을 보여준다.

Conversation

유재석:
전주한옥마을에 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예쁘다”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게 진짜 전통일까?”라는 질문도 생기죠.

백종원:
맞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면 음식도 변하고, 가게도 변하고, 가격도 변합니다. 관광지가 되는 순간, 원래의 생활과 여행자의 기대가 섞이게 됩니다.

마츠코 디럭스:
일본의 교토와 비슷한 고민이 있네요. 사람들은 전통을 보러 오지만, 사실은 전통처럼 보이는 분위기를 소비하고 싶어 할 때가 많습니다.

기무라 타쿠야:
그래도 저는 이런 장소가 가진 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여기서 처음으로 한옥을 가까이 보고, 한국의 옛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한강:
전통은 완전히 순수한 상태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람의 발걸음이 닿으면 바뀝니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기억을 지우는 방향인지, 기억을 다시 만나게 하는 방향인지겠지요.

백종원:
음식도 똑같습니다. 오래된 맛을 그대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다시 먹고 싶게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너무 겉모습만 남으면 맛도 장소도 얕아집니다.

유재석:
그러니까 전주한옥마을은 예쁜 곳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전통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묻는 장소네요.

Scene 2 — 경기전과 전동성당

장소의 분위기

경기전은 조선 왕조의 기억을 품은 조용한 공간이다. 오래된 나무와 담장, 낮은 건물들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조금만 걸으면 전동성당이 나온다. 한옥과 성당, 조선의 기억과 근대의 시간이 가까운 거리에 놓여 있다. 전주는 이곳에서 한국사의 여러 층을 한 번에 보여준다.

Conversation

한강:
경기전에 들어오면 한옥마을 바깥의 소리가 조금 멀어집니다. 관광객의 발걸음은 여전히 있지만, 이곳에는 다른 종류의 시간이 있습니다.

기무라 타쿠야:
아까 한옥마을은 조금 활기찬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확실히 조용하네요. 같은 전주인데도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게 됩니다.

백종원:
전주는 음식만 있는 도시가 아닙니다. 조선의 역사, 종교의 흔적, 근대의 시간, 시장의 생활이 다 같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주 음식도 깊이가 생기는 거예요. 그냥 맛만 있는 게 아니라 도시의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마츠코 디럭스:
전동성당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한옥과 성당이 함께 보이면, 한국이 한 가지 전통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유재석:
한국 사람들도 전주에 오면 한옥마을에서 사진 찍고 맛있는 걸 먹는 데 집중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경기전과 전동성당을 보면 전주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도시라는 걸 알게 되죠.

한강:
도시는 늘 여러 시대가 겹쳐 있는 장소입니다. 한 시대가 다른 시대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남은 흔적들이 서로를 바라봅니다. 전주는 그 겹침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느껴집니다.

기무라 타쿠야:
그런 의미에서 전주는 일본인에게도 흥미로운 도시일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전통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어떻게 여러 시간을 지나왔는지 볼 수 있으니까요.

Scene 3 — 전주비빔밥 또는 전통 한정식

장소의 분위기

전주의 밥상은 색이 많다. 밥 위에 올라간 나물과 고기, 고추장, 참기름, 계란, 그리고 곁들여지는 반찬들. 비빔밥은 하나의 그릇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손길과 계절과 지역의 맛이 들어 있다. 한정식은 더 넓은 방식으로 전주의 환대를 보여준다. 밥상 위에는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놓여 있다.

Conversation

백종원:
자, 전주에 왔으면 비빔밥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비빔밥은 그냥 재료를 섞어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각 재료가 따로 준비되어야 하고, 그걸 마지막에 한 그릇 안에서 만나게 하는 음식입니다.

마츠코 디럭스:
일본 음식은 재료를 섞기보다 각각의 맛을 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비빔밥은 섞는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해 보이네요.

백종원:
맞습니다. 한국 음식은 섞고, 나누고, 같이 먹는 문화가 강합니다. 비빔밥은 그걸 아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따로 있던 것들이 한 그릇 안에서 새로운 맛이 됩니다.

유재석:
한국 사람들은 밥 먹을 때도 이야기가 많죠. 반찬도 나눠 먹고, 찌개도 같이 먹고, “이거 먹어봐”라고 권하고요. 음식이 관계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무라 타쿠야:
그게 인상적입니다. 일본에서는 개인의 그릇이 비교적 분명한데, 한국 밥상은 처음부터 함께 먹는 느낌이 강합니다.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음식 문화라고 할까요.

한강:
하지만 함께 먹는다는 것은 따뜻함이기도 하고, 때로는 부담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밥상은 정이 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관계의 무게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츠코 디럭스:
그 말이 아주 한국적으로 들립니다. 맛있고 따뜻하지만, 완전히 가볍지는 않은 밥상.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마음도 쉽게 닿고 쉽게 상처받을 수 있겠네요.

백종원:
그래서 음식은 단순히 맛으로만 평가하면 안 됩니다. 누가 만들어줬는지, 누구와 먹는지, 어떤 마음으로 먹는지가 다 맛에 들어갑니다.

유재석:
전주비빔밥이 유명한 이유도 결국 한 그릇 안에 한국 사람들의 관계 방식이 들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Scene 4 — 남부시장과 청년몰

장소의 분위기

남부시장은 전주의 생활감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반찬, 국밥, 채소, 생선, 간식, 오래된 가게들이 이어진다. 그 안쪽에는 청년몰의 새로운 감각이 들어와 있다. 오래된 시장과 젊은 가게들, 생계와 실험, 전통과 창업이 같은 건물 안에서 만나고 있다.

Conversation

유재석:
시장에 오면 도시가 훨씬 가까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관광지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생활이 보이니까요.

백종원:
시장은 음식의 원래 자리입니다. 식당에서 예쁘게 나온 음식도 결국 이런 시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재료가 있고, 손님이 있고, 상인이 있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 있습니다.

마츠코 디럭스:
저는 시장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꾸미지 않은 표정으로 있는 곳이니까요. 물론 요즘 시장도 관광지가 되고 있지만, 그래도 백화점이나 쇼핑몰과는 다른 생생함이 있습니다.

기무라 타쿠야:
청년몰은 흥미롭네요. 오래된 시장 안에 젊은 사람들이 자기 가게를 열고, 새로운 메뉴나 디자인을 시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강:
오래된 공간에 젊은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은 희망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장사는 생계이고, 젊음은 실험입니다. 그 둘이 잘 만나면 공간이 살아나지만, 실패하면 상처도 남습니다.

백종원:
맞아요. 청년 창업은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어렵습니다. 월세, 재료비, 손님, 홍보, 체력. 버티는 힘이 없으면 오래가기 힘듭니다.

유재석:
그래서 이런 곳을 볼 때 “요즘 감성 좋다”라고만 말하면 안 되겠네요. 여기에는 누군가의 도전과 생계가 같이 있으니까요.

마츠코 디럭스:
일본의 지방 도시들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오래된 상점가는 조용해지고, 다시 살리려고 새로운 감각을 넣습니다. 전주는 그런 고민을 꽤 매력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기무라 타쿠야:
전주는 오래된 것만 지키는 도시가 아니라, 오래된 것 안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도시처럼 보입니다.

Scene 5 — 막걸리 골목 또는 한옥마을 야경

장소의 분위기

밤이 되면 전주의 속도는 더 느려진다. 막걸리 골목에서는 술상 위로 여러 안주가 올라오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낮게 번진다. 한옥마을의 밤은 낮보다 조용하다. 처마 아래 불빛이 켜지고, 골목은 조금 더 깊은 색을 띤다. 전주는 밤에야 비로소 풍류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Conversation

백종원:
전주 막걸리 문화는 참 재미있습니다.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계속 안주가 나오고, 사람들이 오래 앉아서 이야기합니다. 배부른 술자리죠.

유재석:
한국의 술자리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관계를 푸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좋은 말도 나오고, 속상한 말도 나오고, 가끔은 쓸데없는 말도 많이 나오고요.

마츠코 디럭스:
일본에도 술자리 문화가 있지만, 한국의 술자리는 조금 더 뜨겁고 직접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음식도 계속 나오고, 감정도 같이 나오는 것 같아요.

기무라 타쿠야:
한옥마을의 밤은 낮과 정말 다르네요. 낮에는 관광객이 많아서 밝고 복잡했는데, 밤에는 훨씬 감정이 깊어집니다.

한강:
전주의 밤은 소리가 낮아집니다. 웃음소리도 있고, 술잔 부딪히는 소리도 있지만, 그 아래에 오래된 골목의 정적이 있습니다. 밤의 한옥은 사람을 조금 천천히 말하게 합니다.

백종원:
맛있는 음식도 그렇습니다. 너무 빨리 먹으면 놓치는 맛이 있습니다. 전주는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천천히 취해야 더 잘 보이는 도시입니다.

유재석:
요즘 한국 여행은 너무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인증샷 찍고, 맛집 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그런데 전주는 조금 천천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마츠코 디럭스:
그런 느림이 오히려 지금 사람들에게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빠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느린 도시를 관광하면서도 처음엔 어색해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몸이 조금 풀리죠.

한강:
전주의 밤은 여행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맛보았는가. 음식인가, 시간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잊고 있던 자기 마음인가.

기무라 타쿠야:
저는 오늘 전주가 단순히 전통적인 도시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다시 사람답게 만드는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Closing

유재석:
오늘 우리는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전동성당, 전주비빔밥, 남부시장, 막걸리 골목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맛있는 도시라고 생각했지만, 하루가 끝날 때는 전주가 기억과 관계의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백종원:
전주의 맛은 그냥 재료가 좋아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밥상을 차리는 마음, 함께 먹는 문화, 시장의 생활감, 오래된 골목의 시간이 다 들어갑니다. 음식은 결국 사람입니다.

마츠코 디럭스:
저는 오늘 한국 음식이 왜 그렇게 따뜻하고 강하게 느껴지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맛이 강해서만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입니다.

기무라 타쿠야:
전주는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기 좋은 도시이지만, 사진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분위기였습니다. 낮은 지붕, 따뜻한 밥상, 밤의 골목, 사람들의 웃음. 그런 것들이 마음에 남습니다.

한강:
전주의 음식은 기억을 부릅니다. 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밥, 오래된 집의 냄새, 밤에 천천히 걷던 골목,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정. 전주는 그런 기억들이 조용히 모이는 도시입니다.

유재석:
내일은 경주로 갑니다. 전주가 한국의 밥상과 풍류를 보여준 도시였다면, 경주는 더 오래된 시간, 신라의 기억, 왕릉과 별과 절의 도시를 보여줄 것입니다.

Day 6 — 경주: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

Theme

한국의 오래된 수도는 왜 젊은 사람들에게 다시 사랑받고 있는가?

Guests

유홍준 — 신라의 역사, 불교 문화, 왕릉과 유적의 의미를 깊이 풀어주는 문화유산 안내자
한강 — 오래된 시간, 침묵, 무덤, 별빛, 사라진 왕국의 감정을 읽어내는 작가
알엠 —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고대 한국과 현대 한국을 연결하는 글로벌 한국인의 시선
신카이 마코토 — 하늘, 빛, 시간, 사라진 장소의 감정을 영화처럼 바라보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하뉴 유즈루 — 아름다움, 절제, 몸의 기억, 조용한 집중을 통해 경주의 정적을 느끼는 일본 피겨스케이터

Opening

유홍준:
전주가 한국의 밥상과 풍류를 보여준 도시였다면, 오늘의 경주는 더 오래된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경주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한때 한 나라의 수도였고, 지금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처럼 남아 있는 곳입니다.

알엠:
경주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도시예요. 수학여행으로 왔던 기억이 있는 사람도 많고, 불국사나 첨성대처럼 익숙한 이름도 많죠.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오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저는 경주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먼저 하늘이 떠오릅니다. 낮은 왕릉, 오래된 절, 밤의 연못, 별을 바라보는 첨성대. 시간이 땅에 남아 있고, 빛이 그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하뉴 유즈루:
경주는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도시라기보다, 조용히 자세를 잡고 있는 도시처럼 보입니다. 아름다움이 크고 loud한 것이 아니라, 오래 버틴 것에서 나오는 느낌입니다.

한강:
오래된 도시는 사람을 낮아지게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기 때문입니다. 경주는 말없이 그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걷고 있는 이 땅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고요.

유홍준:
오늘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경주는 왜 과거의 도시이면서도,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게 다시 매력적인 장소가 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오래된 수도를 보며 무엇을 다시 배워야 하는가.

Scene 1 — 불국사

장소의 분위기

불국사는 산 아래 조용히 놓여 있다. 돌계단, 목조 건물, 처마, 탑, 마당,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이곳에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질서가 있다. 인간이 하늘과 땅, 부처와 세상, 현실과 이상을 어떻게 연결하려 했는지가 건축 속에 남아 있다.

Conversation

유홍준:
불국사는 그냥 예쁜 절이 아닙니다. 신라 사람들이 생각한 이상 세계를 땅 위에 구현하려 한 장소입니다. 돌 하나, 계단 하나, 탑 하나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알엠:
어릴 때는 불국사에 오면 “아, 유명한 절이구나” 정도로만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이곳은 건축이라기보다 하나의 세계관처럼 느껴집니다.

신카이 마코토:
돌계단을 보면 시간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지나갔지만 돌은 남아 있고, 햇빛은 매일 다른 각도로 그 위를 지나갑니다. 저는 이런 장소에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정적을 느낍니다.

하뉴 유즈루: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크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자세 하나를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불국사의 아름다움도 그런 집중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강:
불국사는 인간이 완전한 세계를 꿈꾸었던 흔적입니다. 하지만 그 완전함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낡고, 돌은 닳고, 사람은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다시 고치고, 다시 걷고, 다시 바라봅니다.

유홍준:
문화유산의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완벽하게 남아 있어서 귀한 것이 아니라, 무너지고 고쳐지고 다시 기억되었기 때문에 귀한 것입니다.

알엠: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요즘 경주를 다시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것 같아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오래 버틴 것들을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Scene 2 — 석굴암

장소의 분위기

석굴암은 산 위의 고요한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의 소리가 멀어지고, 차분한 어둠 속에서 본존불의 얼굴이 나타난다. 인간이 돌로 만들었지만, 그 표정은 인간의 시간을 넘어선 듯하다. 석굴암은 보는 장소이기보다 마주하는 장소다.

Conversation

하뉴 유즈루:
석굴암에 들어오면 몸이 먼저 조용해집니다. 말해야 할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말을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한강:
어떤 얼굴은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지만, 우리 안의 소리를 낮추게 합니다. 석굴암의 불상은 그런 얼굴입니다.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무엇을 쫓으며 살고 있었는지 묻게 됩니다.

유홍준:
석굴암은 신라 불교 예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신앙, 수학, 조각, 건축, 자연의 위치가 함께 맞물려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이곳은 빛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어둠 속에서 얼굴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은 상상을 만들죠. 영화에서도 빛보다 어둠이 더 깊은 감정을 만들 때가 있습니다.

알엠:
현대인은 항상 화면을 보고, 정보에 둘러싸여 있고, 끊임없이 반응해야 합니다. 그런데 석굴암에서는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깁니다. 그냥 바라보는 시간요.

하뉴 유즈루:
그런 시간은 훈련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합니다. 몸을 움직이기 전에 마음을 정렬하는 시간. 조용히 서 있는 시간이 사실 가장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한강:
석굴암은 우리에게 빠르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모든 것이 쉽게 설명되는 시대에, 쉽게 설명되지 않는 아름다움은 사람을 더 오래 머물게 합니다.

Scene 3 — 대릉원과 천마총

장소의 분위기

대릉원에는 둥근 왕릉들이 부드러운 언덕처럼 이어져 있다. 무덤이지만 두렵기보다 조용하고, 거대하지만 위협적이지 않다. 잔디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사람들은 천천히 걷는다. 천마총 안에서는 오래전 왕국의 물건들이 다시 빛을 받는다. 죽음의 공간이지만, 이상하게도 살아 있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Conversation

알엠:
대릉원은 정말 독특합니다. 무덤인데 공원 같고, 왕의 흔적인데 사람들이 산책을 합니다. 삶과 죽음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느낌이에요.

유홍준:
신라의 왕릉은 경주의 풍경 그 자체입니다. 높은 건물이 아니라, 낮은 언덕처럼 도시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경주는 수직의 도시가 아니라 수평의 시간으로 느껴집니다.

신카이 마코토:
저는 이 둥근 형태가 인상적입니다. 무덤인데 하늘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마치 땅이 누군가를 숨긴 것이 아니라, 조용히 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강:
무덤은 사라진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입니다. 하지만 대릉원에서는 죽음이 너무 멀거나 무섭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천천히 둥글어져서 땅이 된 것 같습니다.

하뉴 유즈루:
무덤 앞에서 사람들이 웃으며 사진을 찍는 장면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기억이 무겁기만 하다면 사람들은 오래 가까이 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유홍준:
맞습니다. 문화유산이 살아 있으려면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야 합니다. 다만 그 장소가 무엇인지 알고,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알엠:
요즘 경주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 같아요. 대릉원은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는 곳입니다. 예쁜데 조용하고, 오래됐는데 지금 감성에도 맞아요.

한강:
사라진 왕국의 무덤 앞에서 젊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습니다. 그 장면은 이상하지만, 어쩌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늘 사라진 시간 위에서 자기 얼굴을 남기고 싶어 하니까요.

Scene 4 —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 야경

장소의 분위기

해가 지면 첨성대 주변의 하늘은 천천히 어두워진다. 오래전 별을 보던 돌탑은 지금도 낮은 자세로 서 있다. 밤이 깊어지면 동궁과 월지의 불빛이 물 위에 흔들린다. 연못에 비친 건물과 하늘은 실제보다 더 꿈처럼 보인다. 경주의 밤은 역사라기보다 하나의 긴 꿈에 가깝다.

Conversation

신카이 마코토:
첨성대는 정말 아름다운 오브제처럼 보입니다. 크지 않은데,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별을 보려는 인간의 마음이 돌로 남은 것 같습니다.

유홍준: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만이 아닙니다. 하늘을 본다는 것은 곧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려는 일이었습니다.

알엠:
현대인은 하늘을 잘 안 보죠. 휴대폰 화면은 계속 보지만, 별을 보려고 멈추는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첨성대 앞에 서면 인간이 예전에는 훨씬 더 큰 것과 연결되어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뉴 유즈루: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에는 겸손이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도 관객이 많을수록 오히려 자신이 작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작아짐이 집중을 만들어줍니다.

한강:
동궁과 월지의 밤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 안에는 폐허의 기억이 있습니다. 불빛은 복원된 건물을 비추고, 물은 그 모습을 흔들어 놓습니다. 완전한 과거는 돌아오지 않지만, 우리는 흔들리는 반영 속에서 다시 상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물에 비친 빛은 현실과 환상의 중간에 있습니다. 실제 건물이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물 위의 흔들림일지도 모릅니다.

유홍준:
경주의 밤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낮에는 유적을 보고, 밤에는 상상을 봅니다. 역사는 자료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풍경으로도 남습니다.

알엠:
오늘 밤의 경주는 정말 음악처럼 느껴집니다. 아주 오래된 멜로디인데, 지금의 젊은 사람들도 자기 방식으로 다시 듣고 있는 느낌입니다.

Scene 5 — 황리단길

장소의 분위기

황리단길은 경주의 현재다. 오래된 한옥과 낮은 건물들 사이에 카페, 식당, 소품 가게, 사진관, 디저트 가게가 이어진다. 대릉원과 첨성대의 시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커피를 마시고, 사진을 찍는다. 과거의 도시가 현재의 취향과 만나는 거리다.

Conversation

알엠:
황리단길은 경주가 젊은 사람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이유를 보여주는 곳 같아요. 유적만 있는 도시가 아니라, 지금의 취향이 들어온 도시가 된 거죠.

유홍준: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고민이 있습니다. 오래된 도시가 젊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장소의 깊이가 가벼워질 위험도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저는 이 거리의 빛이 좋습니다. 낮은 건물, 따뜻한 조명, 오래된 분위기와 새로운 간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현실의 상업 공간이기도 하네요.

하뉴 유즈루:
전통과 현대가 함께 있을 때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과거에만 머물면 사람들이 멀어지고, 너무 현재의 유행만 좇으면 깊이가 사라집니다.

한강:
황리단길은 아름답지만 조금 불안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오래된 도시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그 사랑이 장소를 살릴 수도 있고, 장소를 소모할 수도 있습니다.

알엠: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경주에 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유적을 교과서로만 배우는 것보다, 직접 걷고 먹고 사진 찍고 밤을 보내면서 자기 기억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유홍준:
맞습니다. 문화유산은 먼 곳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의 삶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가까워질수록 더 조심스럽게 사랑해야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오늘 하루를 보면 경주는 과거가 멈춰 있는 도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계속 대화하는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한강:
오래된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시 바라볼 때, 다시 말을 시작합니다. 경주는 그런 도시입니다.

Closing

유홍준:
오늘 우리는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을 걸었습니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였고, 지금은 한국인이 과거를 다시 만나는 장소입니다.

한강:
경주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 않습니다. 둥근 왕릉처럼 낮게 남아 있고, 석굴암의 얼굴처럼 조용히 머물고, 밤의 연못처럼 흔들리며 되돌아옵니다.

신카이 마코토:
저에게 경주는 빛과 시간이 함께 있는 도시였습니다. 낮의 돌, 저녁의 하늘, 밤의 물빛. 오래된 장소가 지금도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뉴 유즈루:
경주의 아름다움은 크고 화려한 움직임이 아니라, 오래 버틴 자세에서 나옵니다. 조용하지만 강하고, 낮지만 깊습니다.

알엠:
젊은 사람들이 경주를 다시 찾는 이유는 단순히 사진이 예뻐서만은 아닐 겁니다. 너무 빠른 시대에, 오래된 시간이 주는 안정감과 낯섦이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유홍준:
내일은 부산으로 갑니다. 경주가 오래된 수도의 침묵을 보여주었다면, 부산은 바다와 시장, 웃음과 사람 냄새가 살아 있는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입니다.

Day 7 — 부산: 해동용궁사,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감천문화마을, 자갈치시장, 광안리

Theme

부산은 왜 한국에서 가장 일본과 가깝지만, 가장 부산다운 도시인가?

Guests

강호동 — 부산과 남쪽 도시의 에너지, 웃음, 사람 냄새를 크게 살려주는 예능형 안내자
백종원 — 자갈치시장, 돼지국밥, 밀면, 어묵, 해산물의 맛을 풀어내는 음식 안내자
사나 — 일본인이지만 한국 대중문화 안에서 사랑받는 케이팝 연결자
아리요시 히로이키 — 거리 감각과 blunt한 유머로 부산의 활기를 바라보는 일본 예능인
기무라 타쿠야 — 항구 도시의 낭만, 드라마, 바다의 감성을 받아들이는 일본 스타 게스트

Opening

강호동:
자, 드디어 부산입니다. 서울은 빠르고, 전주는 맛있고, 경주는 조용했다면, 부산은 다릅니다. 부산은 목소리가 큽니다. 바다가 있고, 시장이 있고, 사람이 있고, 웃음이 있습니다.

백종원:
부산은 음식으로만 봐도 강합니다. 돼지국밥, 밀면, 어묵, 회, 꼼장어, 씨앗호떡, 시장 음식. 그런데 부산 음식의 매력은 맛만이 아니라 분위기입니다. 바다 옆에서 먹고, 시장에서 먹고, 사람들 사이에서 먹는 맛이 있습니다.

사나:
저는 일본에서 왔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부산을 특별하게 느꼈어요. 서울과는 다른 따뜻함이 있고, 일본과도 가까운 바다의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그냥 일본과 가까운 도시가 아니라, 정말 부산만의 힘이 있어요.

아리요시 히로이키:
일본 사람 입장에서 부산은 후쿠오카와 비교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바다, 음식, 항구, 사람들의 거리감. 그런데 오늘 직접 보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겠네요.

기무라 타쿠야:
부산은 이름만 들어도 장면이 떠오릅니다. 바다, 다리, 시장, 밤의 불빛. 조금 거칠지만 따뜻한 도시일 것 같습니다.

강호동:
맞습니다. 부산은 세련되게 설명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부산은 직접 걸어야 하고, 크게 웃어야 하고, 뜨거운 국물 한 그릇 먹어야 압니다. 오늘은 부산답게 갑시다.

Scene 1 — 해동용궁사

장소의 분위기

해동용궁사는 바다와 절이 만나는 곳이다. 대부분의 절이 산속에 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을 바로 곁에 둔다. 계단을 내려가면 푸른 바다와 바위, 절의 지붕이 함께 펼쳐진다. 신앙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여행자의 감탄이 터지는 장소다.

Conversation

사나:
절이 바다 옆에 있다는 게 정말 인상적이에요. 일본에도 바다 가까운 신사나 절이 있지만, 여기처럼 파도와 바로 마주하는 느낌은 강렬하네요.

백종원:
부산은 시작부터 바다가 있어야 합니다. 바다를 보고 나면 도시 전체의 맛도 달라집니다. 같은 국밥을 먹어도 바다 보고 먹으면 마음이 다릅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그런데 여기는 너무 관광지 느낌도 있네요.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 소원을 빌고, 또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고. 신성한 곳이면서 동시에 인기 명소인 게 조금 묘합니다.

강호동:
그게 부산입니다. 엄숙하기만 하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절에 와서 기도도 하고, 사진도 찍고, 바다도 보고, 가족끼리 웃기도 하고. 너무 조용한 척하지 않는 게 부산의 매력입니다.

기무라 타쿠야:
저는 이곳의 균형이 좋습니다. 바다는 계속 움직이고, 절은 가만히 있습니다. 파도는 시끄럽고, 건물은 조용합니다. 그 대비가 마음에 남네요.

사나:
부산은 일본과 가까운 도시라고 하지만, 이 장면은 정말 한국적이에요. 기도와 바다, 가족 여행과 소원, 사진과 바람이 함께 있는 느낌이요.

백종원:
맞습니다. 부산은 가까운 외국과 닮은 점도 있지만, 결국 부산만의 맛과 소리와 기도가 있습니다. 해동용궁사는 그걸 처음부터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Scene 2 — 해운대와 블루라인파크

장소의 분위기

해운대는 부산의 가장 유명한 얼굴이다. 넓은 해변, 높은 빌딩, 호텔, 바다를 향해 걷는 사람들. 블루라인파크의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은 바다를 천천히 따라가며 부산을 조금 더 여행자답게 바라보게 만든다. 빠른 도시 속에서 바다는 계속 같은 속도로 밀려온다.

Conversation

기무라 타쿠야:
해운대는 굉장히 영화적인 장소네요. 높은 건물과 넓은 바다가 바로 붙어 있습니다. 도시가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느낌입니다.

강호동:
해운대는 부산의 대표 얼굴이죠. 여름에는 사람으로 꽉 차고, 겨울에도 바다 보러 옵니다. 부산 사람들에게 바다는 그냥 풍경이 아니라 생활입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솔직히 말하면 해운대는 너무 유명해서 조금 뻔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확실히 스케일이 있네요. 일본의 해변 도시와는 다른 힘이 있습니다.

사나:
블루라인파크는 조금 귀여운 여행 느낌이 있어요. 천천히 바다를 보면서 이동하니까, 부산을 사진이 아니라 리듬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백종원:
해운대 주변도 음식이 많죠. 하지만 진짜 부산을 느끼려면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바다 앞의 멋진 식당도 좋지만, 오래된 국밥집이나 밀면집도 놓치면 안 됩니다.

강호동:
부산 여행은 눈으로 바다 보고, 입으로 국물 먹고, 귀로 사투리 들어야 완성됩니다. 바다만 보면 반쪽입니다.

기무라 타쿠야:
그 말이 좋네요. 도시를 이해한다는 건 풍경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 도시의 목소리와 냄새와 온도를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나:
해운대는 화려하지만, 바다를 오래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편해져요. 부산의 에너지가 크지만, 그 안에 이상하게 따뜻한 쉼이 있습니다.

Scene 3 — 감천문화마을

장소의 분위기

감천문화마을은 산비탈에 집들이 층층이 놓인 곳이다. 알록달록한 벽과 좁은 골목, 계단, 작은 가게, 벽화, 전망대가 이어진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가까이에는 사람들의 생활 흔적이 남아 있다. 아름답게 꾸며진 관광지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삶터이기도 하다.

Conversation

아리요시 히로이키:
여기는 정말 사진 찍기 좋은 곳이네요. 그런데 동시에 조심스러워집니다. 예쁜 골목이지만, 실제로 사는 사람들이 있는 동네잖아요.

강호동:
맞습니다. 감천문화마을은 그냥 색칠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원래는 피란민의 삶과 가난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지금은 예술과 관광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 시작을 잊으면 안 됩니다.

백종원:
관광지가 되면 동네가 살아나기도 하지만, 원래 살던 사람들에게는 불편함도 생깁니다. 시장도 그렇고, 마을도 그렇고, 사람이 많이 오면 돈도 들어오지만 삶도 바뀝니다.

사나:
한국의 예쁜 장소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사진으로는 아름답지만, 그 뒤에는 누군가의 생활과 역사가 있잖아요.

기무라 타쿠야:
이곳은 색이 밝아서 처음에는 즐거운 마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밝은 색이 오히려 더 깊게 느껴집니다. 슬픈 기억을 덮는 색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 칠한 색처럼 보입니다.

강호동:
부산은 그런 도시입니다. 피란의 기억도 있고, 가난도 있었고, 시장에서 버틴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울기만 하면서 말하지 않습니다. 웃고, 먹고, 떠들면서 견딥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그게 부산의 유머인가요? 아픈 걸 가볍게 만드는 게 아니라, 너무 무거워서 웃음으로 버티는 느낌.

강호동:
맞습니다. 부산 사람 웃음은 그냥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버티는 힘이 들어 있습니다.

Scene 4 —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장소의 분위기

자갈치시장은 바다의 냄새가 그대로 살아 있는 시장이다. 생선, 회, 해산물, 상인들의 목소리, 물이 튀는 바닥, 빠르게 오가는 손님들. 국제시장은 한국 현대사의 장사와 생존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물건이 쌓이고, 사람들이 흥정하고, 좁은 길 사이로 오래된 시간이 흐른다.

Conversation

백종원:
부산에 왔으면 시장을 봐야 합니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은 부산의 배와 같은 곳입니다. 바다에서 올라온 것, 피란민들이 팔았던 것, 사람들이 먹고 살아온 시간이 다 있습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시장에 오니까 부산이 확실히 살아 있는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해운대가 보여주는 부산과는 완전히 다르네요. 여기는 훨씬 거칠고 솔직합니다.

사나:
상인들의 목소리가 정말 힘 있어요. 일본의 시장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한국 시장은 더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있어요.

강호동:
부산 시장은 목소리가 작으면 안 됩니다. 생선도 싱싱해야 하고, 말도 싱싱해야 합니다. 손님과 상인이 주고받는 말 속에 부산의 리듬이 있어요.

기무라 타쿠야:
국제시장은 이름부터 특별합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 전쟁 이후의 기억과 생존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백종원:
맞습니다. 국제시장은 그냥 쇼핑하는 곳이 아닙니다. 피란 시절, 먹고살기 위해 물건을 팔고, 장사를 하고, 가족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그런데 이런 무거운 역사도 시장에서는 너무 무겁게만 남아 있지 않네요. 사람들은 여전히 팔고, 먹고, 웃고, 흥정합니다.

강호동:
그게 시장입니다. 슬퍼도 장사는 해야 하고, 힘들어도 밥은 먹어야 합니다. 부산의 강함은 바로 거기 있습니다.

백종원:
부산 음식이 맛있는 이유도 그겁니다. 멋을 부리기 전에 사람을 먹여야 했던 음식입니다. 뜨거운 국물, 든든한 밥, 싱싱한 생선. 살아야 하니까 맛이 강해진 겁니다.

Scene 5 — 광안리 야경

장소의 분위기

밤이 되면 광안리는 부산의 낭만을 보여준다. 광안대교의 불빛이 바다 위에 길게 흔들리고, 해변에는 사람들이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사진을 찍거나 말없이 바다를 본다. 낮의 부산이 시장과 바다의 에너지였다면, 밤의 부산은 조금 더 부드럽고 쓸쓸하다.

Conversation

기무라 타쿠야:
광안리의 밤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다리의 불빛, 바다, 사람들의 목소리. 항구 도시의 낭만이 있습니다.

사나:
저는 부산의 밤이 좋아요. 서울의 밤은 조금 빠르고 화려한데, 부산의 밤은 바다 때문에 더 솔직하게 느껴져요. 마음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있어요.

아리요시 히로이키:
오늘 하루 종일 부산은 시끄럽고 활기찬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광안리에 오니까 갑자기 감성적이 되네요. 이 도시도 조용해질 줄 아는군요.

강호동:
부산 사람들도 바다 앞에서는 조금 조용해집니다. 낮에는 크게 말하고 웃어도, 밤바다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약해지는 게 있습니다.

백종원:
이럴 때는 거창한 음식보다 간단한 게 좋습니다. 어묵, 치킨, 맥주, 회 한 접시, 국밥 한 그릇. 바다를 보면서 먹으면 그게 부산의 밤입니다.

기무라 타쿠야:
일본의 항구 도시와 닮은 듯하면서도 다릅니다. 부산은 더 뜨겁고, 더 직접적이고, 더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사나:
부산은 일본과 가까워서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늘 보니 오히려 그 가까움 때문에 더 다른 점이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아리요시 히로이키:
맞습니다. 가까운 곳일수록 대충 안다고 착각하기 쉽죠. 부산도 그런 도시인 것 같습니다. 후쿠오카와 비슷하겠지 했는데, 전혀 다른 리듬이 있습니다.

강호동:
부산은 부산입니다. 서울도 아니고, 일본의 항구 도시도 아니고, 그냥 부산입니다. 바다 있고, 시장 있고, 사람 있고, 정 있고, 웃음 있고, 눈물도 있는 도시입니다.

Closing

강호동:
오늘 우리는 해동용궁사,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감천문화마을,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광안리를 걸었습니다. 부산은 정말 많은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기도하는 바다, 노는 바다, 먹고사는 바다, 밤에 마음을 풀어주는 바다.

백종원:
부산의 음식은 도시의 성격과 닮았습니다. 뜨겁고, 솔직하고, 든든하고, 조금 거칩니다. 멋보다 먼저 사람을 먹이고, 사람을 살리는 맛입니다.

사나:
일본인에게 부산은 가깝게 느껴지는 도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걸어보니, 가까운 만큼 더 깊이 봐야 하는 도시였습니다. 익숙해 보이지만, 정말 부산다운 리듬이 있었습니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저는 부산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너무 꾸미지 않고, 너무 조용한 척하지 않고, 힘든 이야기도 시장의 소리와 웃음 속에 섞어버리는 도시였습니다.

기무라 타쿠야:
부산의 밤바다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라기보다, 하루를 버틴 사람들이 바다 앞에서 잠시 숨을 쉬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강호동:
내일은 남쪽 바다를 따라 더 느린 한국으로 갑니다. 여수, 순천, 남해. 부산이 뜨거운 항구 도시였다면, 내일은 바다와 정원과 섬이 사람을 천천히 설득하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Day 8 — 여수, 순천, 남해: 바다, 섬, 정원, 생태

Theme

한국의 남쪽 바다는 왜 도시보다 느리게 사람을 설득하는가?

Guests

이효리 — 섬, 자연, 자유, 느린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아이콘
한강 — 바다, 습지, 침묵, 상처와 회복의 감정을 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작가
백종원 — 남도 음식, 여수 해산물, 시장과 포장마차의 맛을 풀어내는 음식 안내자
신카이 마코토 — 바다, 하늘, 빛, 사라지는 순간의 감정을 영화처럼 읽어내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하뉴 유즈루 — 자연의 균형, 조용한 집중, 아름다움의 절제를 느끼는 일본 피겨스케이터

Opening

이효리:
어제 부산은 뜨거웠죠. 바다도 있었지만, 사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도시였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 여수, 순천, 남해. 이곳의 바다는 사람에게 천천히 말합니다.

백종원:
남쪽으로 내려오면 음식도 달라집니다. 해산물, 갓김치, 게장, 장어, 꼬막, 남도 반찬. 맛이 풍성하고, 손이 많이 가고, 대접받는 느낌이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저는 남쪽 바다를 생각하면 빛이 먼저 떠오릅니다. 서울의 빛은 건물과 간판에서 나오지만, 이곳의 빛은 바다와 하늘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하뉴 유즈루:
이런 곳에서는 몸의 속도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는 계속 앞으로 가야 하지만, 바다와 습지 앞에서는 멈춰 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강:
남쪽의 풍경은 조용하지만 비어 있지 않습니다. 섬, 바다, 습지, 갈대, 오래된 마을. 그 안에는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계절과 생업, 기다림과 회복의 시간이 있습니다.

이효리:
오늘은 한국을 화려한 문화나 빠른 도시로 보는 하루가 아닙니다. 조금 느리게, 조금 낮게, 자연이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 듣는 하루입니다.

Scene 1 — 여수 오동도 또는 해상케이블카

장소의 분위기

여수의 바다는 부드럽고 넓다. 오동도에는 나무와 산책길,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해상케이블카를 타면 섬과 항구와 물길이 한눈에 펼쳐진다. 부산의 바다가 사람을 향해 크게 밀려왔다면, 여수의 바다는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Conversation

신카이 마코토:
여수의 바다는 굉장히 영화적인 빛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극적이지 않은데,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하늘과 바다 사이의 색이 계속 바뀌네요.

이효리:
남쪽 바다는 사람을 빨리 설득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그냥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조금씩 풀립니다. 그게 섬과 바다가 가진 힘인 것 같아요.

백종원:
여수는 풍경도 좋지만 음식도 같이 봐야 합니다. 바다를 보면 배가 고파지고, 배가 고프면 이 도시가 더 잘 보입니다. 갓김치, 게장, 장어, 해산물. 여수는 먹는 재미가 큽니다.

하뉴 유즈루: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사람을 작게 만듭니다. 높은 곳에서 보면 내가 너무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 멀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한강:
바다는 늘 같은 곳에 있는 것 같지만, 한순간도 같은 얼굴을 하지 않습니다. 물결과 빛이 계속 변합니다. 그래서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신카이 마코토:
그 변화가 좋습니다. 도시의 변화는 빠르고 불안하지만, 바다의 변화는 천천히 마음을 따라오게 합니다.

이효리:
오늘 여행의 시작으로 여수가 좋은 이유도 그거예요. 이제부터 우리는 보는 속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남쪽이 보입니다.

Scene 2 — 여수 낭만포차 거리

장소의 분위기

밤이 되면 여수의 바닷가에는 포장마차의 불빛이 켜진다. 해산물 냄새, 술잔 부딪히는 소리, 여행자들의 웃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함께 섞인다. 낭만이라는 말이 조금 쑥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여수의 밤에는 확실히 사람을 풀어주는 분위기가 있다.

Conversation

백종원:
여수 밤바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밤바다를 보면서 먹는 음식은 낮에 먹는 음식과 다릅니다. 해산물도 좋고, 국물도 좋고, 술 한잔 곁들이면 분위기가 확 살아납니다.

이효리:
이런 곳에서는 사람들이 조금 솔직해지는 것 같아요. 낮에는 관광객처럼 움직이다가, 밤이 되면 그냥 사람처럼 앉게 되죠.

하뉴 유즈루:
무대 위에서는 모든 동작을 계산하지만, 이런 밤에는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바람, 음식, 사람의 목소리. 그런 것들이 몸을 편하게 해줍니다.

신카이 마코토:
밤의 바다는 낮보다 더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이 한 장면처럼 남습니다.

한강:
낭만이라는 말은 가볍게 쓰이지만, 사실은 조금 슬픈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람은 그것을 낭만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릅니다.

백종원:
그래도 먹을 때는 너무 슬프게 먹지 맙시다. 여수에서는 맛있게 먹어야 합니다. 싱싱한 해산물과 따뜻한 국물 앞에서는 생각이 너무 많아도 맛이 덜 느껴집니다.

이효리:
맞아요. 때로는 그냥 맛있게 먹는 것도 치유입니다. 복잡한 말보다 따뜻한 음식이 먼저 마음을 풀 때가 있거든요.

한강:
음식은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위로일 때가 있습니다. 여수의 밤은 그런 위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Scene 3 — 순천만국가정원

장소의 분위기

순천만국가정원은 자연을 인간의 손으로 다시 정리한 공간이다. 꽃과 나무, 길과 물, 정원과 전망이 조화롭게 이어진다. 완전히 야생은 아니지만, 도시의 인공성과도 다르다. 사람은 이곳에서 자연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자연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Conversation

하뉴 유즈루:
정원은 굉장히 섬세한 공간이네요.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 돌보고 균형을 맞춘 결과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의 프로그램처럼 흐름과 간격이 중요해 보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정원은 현실보다 조금 더 정돈된 자연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아름답지만, 동시에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싶은지도 드러납니다.

이효리:
저는 정원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자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우리는 자연을 자꾸 우리 눈에 보기 좋게 만들고 싶어 하잖아요.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조심해야 할 마음도 있어요.

백종원:
농사도 비슷합니다. 자연이 주는 것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계속 손을 댑니다. 그런데 너무 욕심내면 땅이 지치고, 너무 방치하면 수확이 어렵죠. 결국 균형입니다.

한강:
정원은 인간이 자연에게 건네는 편지 같기도 합니다. 완전히 자연의 언어는 아니지만, 자연을 향한 인간의 바람이 들어 있습니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 돌보고 싶다는 바람, 사라지는 것을 붙잡고 싶다는 바람.

하뉴 유즈루:
아름다움은 노력 없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무대 위의 몇 분을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정원의 평화도 누군가의 반복적인 돌봄 위에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그 반복이 장면을 만듭니다. 꽃이 피는 순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꽃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이효리:
도시에서는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하지만, 정원은 기다리는 법을 알려줍니다. 남쪽 여행이 좋은 이유도 바로 그 기다림을 다시 배우게 하기 때문입니다.

Scene 4 — 순천만습지

장소의 분위기

순천만습지에는 넓은 갈대밭과 물길, 갯벌, 새들이 있다. 이곳은 사람이 중심이 아닌 풍경이다. 바람이 먼저 움직이고, 새가 먼저 지나가고, 물이 먼저 길을 만든다. 여행자는 그 안에서 조용히 걸을 뿐이다. 해 질 무렵의 순천만은 말보다 침묵이 더 어울리는 장소다.

Conversation

한강:
순천만습지에 오면 사람이 조금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도시에서는 사람이 중심이지만, 이곳에서는 갈대와 새와 물이 먼저입니다.

이효리:
그게 좋아요. 사람 중심으로만 살다 보면 모든 게 내 문제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이런 곳에 오면 내가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라는 게 느껴집니다.

신카이 마코토:
갈대밭은 빛을 정말 아름답게 받아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이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이 아주 조용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 그린다면 아주 긴 장면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하뉴 유즈루:
움직임이 있지만 서두르지 않습니다. 갈대의 움직임은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동작이 아니라, 바람을 받아들이는 동작입니다. 그 자연스러움이 아름답습니다.

백종원:
습지는 음식과도 연결됩니다. 갯벌, 꼬막, 해산물, 지역의 밥상. 자연이 건강해야 음식도 건강합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것 뒤에는 이런 생태가 있습니다.

한강:
사람은 종종 자연을 배경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순천만에서는 사람이 배경이 됩니다. 자연이 주인공이고, 우리는 잠깐 지나가는 존재입니다.

이효리:
그걸 느끼는 게 중요해요. 여행이 항상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조금 작아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잖아요.

신카이 마코토:
해 질 무렵의 습지는 떠나는 빛을 붙잡지 않습니다. 그냥 보내줍니다. 그런 장면은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한강:
놓아주는 풍경이 사람을 치유할 때가 있습니다. 순천만은 그런 장소입니다.

Scene 5 — 남해 독일마을 또는 다랭이마을

장소의 분위기

남해는 섬이지만 외롭기만 한 섬은 아니다. 독일마을에는 이국적인 지붕과 이민의 기억이 있고, 다랭이마을에는 바다를 향해 층층이 이어진 논과 오래된 생업의 흔적이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남쪽 바다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떠난 사람과 돌아온 사람, 땅을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인다.

Conversation

이효리:
남해에 오면 섬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주와도 다르고, 부산의 바다와도 다릅니다. 더 작고, 더 조용하고, 더 생활에 가까운 바다입니다.

백종원:
다랭이마을 같은 곳을 보면 옛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땅을 일궜는지 보입니다. 경사진 땅을 그냥 버리지 않고, 층층이 논을 만들었죠. 그게 다 먹고살기 위한 지혜입니다.

하뉴 유즈루:
그 풍경에는 균형이 있습니다. 자연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모양을 따라가면서 살아남으려는 느낌입니다. 매우 겸손한 아름다움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논은 하나의 그림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예쁜 풍경이 아니라, 오랜 노동이 만든 장면이라는 점이 마음에 남습니다.

한강:
아름다운 풍경은 종종 노동의 흔적을 숨깁니다. 여행자는 그것을 예쁘다고 말하지만, 그 예쁨 뒤에는 허리를 굽힌 시간과 땀과 기다림이 있습니다.

이효리:
그래서 남해는 천천히 봐야 해요. 사진만 찍고 지나가면 그냥 예쁜 마을이지만, 조금 오래 서 있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이 땅에서 살아왔는지 느껴집니다.

백종원:
독일마을도 그렇습니다. 겉으로 보면 이국적인 관광지지만, 그 안에는 해외로 나가 일했던 사람들의 역사와 돌아온 사람들의 마음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삶은 정말 여러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하뉴 유즈루:
떠났다가 돌아오는 마음은 매우 깊은 감정일 것 같습니다. 무대나 경기장을 떠난 뒤에도 몸에 남는 기억이 있듯이, 사람이 살았던 장소는 마음에 계속 남습니다.

한강:
섬은 떠남과 돌아옴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배가 떠나고, 배가 돌아오고, 사람도 떠나고, 기억도 돌아옵니다. 남해의 바다는 그런 시간을 조용히 받아주고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오늘 하루의 마지막 장면으로 남해는 아주 좋습니다. 도시보다 느리고, 말보다 풍경이 많은 곳. 하지만 그 풍경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Closing

이효리:
오늘 우리는 여수, 순천, 남해를 걸었습니다. 부산처럼 뜨겁게 밀려오는 바다는 아니었지만, 더 천천히 마음에 들어오는 바다였습니다.

백종원:
남도의 맛은 풍성합니다. 하지만 그 풍성함은 그냥 음식의 양이 아닙니다. 바다와 갯벌, 밭과 시장, 손맛과 기다림이 같이 만든 풍성함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저에게 오늘의 남쪽은 빛의 여행이었습니다. 여수의 바다, 순천의 정원, 습지의 갈대, 남해의 논과 섬. 모든 장면이 천천히 사라지면서 더 오래 남았습니다.

하뉴 유즈루:
이곳의 아름다움은 빠르게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몸의 속도를 낮추게 만드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조용한 집중과 닮아 있었습니다.

한강:
남쪽 바다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빨리 살아왔는가. 무엇을 놓치고 지나왔는가. 무엇을 다시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가. 오늘의 여행은 그 질문을 남겼습니다.

이효리:
내일은 제주 동쪽으로 갑니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우도, 월정리, 동문시장. 남해의 바다가 느린 위로였다면, 제주의 바다는 더 오래된 신화와 상처, 그리고 자유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질 것입니다.

Day 9 — 제주 동쪽: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우도, 월정리, 동문시장

Theme

제주는 한국의 하와이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기억의 섬일까?

Guests

이효리 — 제주에서의 삶, 자연, 자유, 느린 시간을 대표하는 한국의 아이콘
현기영 — 제주 4·3과 섬의 아픈 기억을 깊이 바라보는 작가
백종원 — 제주 흑돼지, 해산물, 시장 음식, 섬의 맛을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음식 안내자
스다 마사키 — 젊은 배우이자 음악가의 감성으로 섬의 외로움과 자유를 바라보는 일본 게스트
신카이 마코토 — 바람, 바다, 하늘, 빛, 섬의 시간을 영화처럼 읽어내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Opening

이효리:
드디어 제주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는 휴식, 바다, 카페, 사진, 여행의 섬이죠. 그런데 제주를 오래 바라보면, 그냥 예쁜 섬이라고만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백종원:
제주는 음식도 특별합니다. 흑돼지, 갈치, 고등어, 해산물, 몸국, 고기국수, 오메기떡, 시장 음식. 그런데 섬 음식은 육지 음식과 다릅니다. 바람과 바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스다 마사키:
일본인에게 제주는 한국의 남쪽 섬, 휴양지, 아름다운 바다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질문을 들으니, 그 이미지 뒤에 더 깊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섬은 늘 빛이 특별합니다. 바다에서 반사되는 빛, 바람이 바꾸는 구름, 갑자기 열리고 닫히는 하늘. 제주는 현실의 장소이면서도, 어딘가 꿈속의 장소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기영:
하지만 제주는 꿈만의 섬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이 깊을수록, 그 땅에 남은 상처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제주는 바다와 돌과 바람의 섬이지만, 동시에 말하지 못한 죽음과 기억의 섬이기도 합니다.

이효리:
오늘은 제주의 동쪽을 걷습니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우도, 월정리, 동문시장. 예쁜 풍경을 보겠지만, 그 풍경을 너무 가볍게 지나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Scene 1 — 성산일출봉

장소의 분위기

성산일출봉은 바다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자연의 성처럼 보인다. 초록빛 능선과 검은 화산암, 바람을 맞으며 오르는 길,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작아지고, 섬은 더 크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제주는 땅이 아니라 오래된 자연의 힘처럼 다가온다.

Conversation

신카이 마코토:
성산일출봉은 정말 장면 자체가 강합니다. 하늘, 바다, 초록 능선, 검은 돌.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데도 너무 완성된 구조처럼 보입니다.

이효리:
제주의 자연은 예쁘지만 부드럽기만 하지는 않아요. 화산이 만든 섬이고, 바람이 센 곳이고, 땅도 쉽게 사람에게 모든 걸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의 삶도 강했을 거예요.

백종원:
맞습니다. 제주 음식이 육지와 다른 이유도 그겁니다. 있는 재료로 버티고, 바다에서 얻고, 돼지를 키우고, 밭을 일구고. 풍경만 보면 낭만이지만, 생활로 보면 쉽지 않은 섬입니다.

스다 마사키:
일본에도 화산섬과 바람이 강한 지역이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연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타협하며 사는 느낌이 있죠. 제주의 풍경에도 그런 긴장이 느껴집니다.

현기영:
성산일출봉은 관광객에게는 일출의 명소입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해가 뜬다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이 아닙니다. 이 섬은 수많은 어둠을 지나왔고, 그럼에도 매일 아침이 왔습니다.

이효리:
제주에 살다 보면 자연이 사람보다 오래 버틴다는 걸 느낍니다. 사람은 왔다 가지만, 바람과 돌과 바다는 계속 남습니다. 그 앞에서 조금 겸손해질 수밖에 없어요.

신카이 마코토:
그래서 이곳의 일출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시간이 다시 시작되는 장면처럼 보일 것 같습니다.

Scene 2 — 섭지코지

장소의 분위기

섭지코지는 바다와 초원이 만나는 길이다. 바람은 강하고, 길은 부드럽게 이어지며, 등대와 절벽, 파도와 들판이 한 화면 안에 들어온다. 드라마와 영화 속 장면처럼 익숙하지만, 실제로 걸으면 화면보다 더 거칠고 더 넓다. 제주는 이곳에서 낭만과 쓸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Conversation

스다 마사키:
섭지코지는 아름답지만 조금 외롭네요. 바다가 너무 넓어서 그런지, 사람의 마음도 같이 넓어지지만 동시에 비어 보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바람이 중요한 장소입니다. 이곳의 풍경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움직입니다. 풀도 움직이고, 구름도 움직이고, 파도도 움직입니다. 정지된 사진보다 영상으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이효리:
제주의 바람은 사람을 꾸미지 않게 만들어요. 머리도 흐트러지고, 옷도 날리고, 계획도 조금씩 틀어집니다. 그런데 그게 제주다워요. 완벽하게 예쁘게 보이려고 하면 오히려 제주가 멀어집니다.

백종원:
여행도 음식도 너무 완벽하게 계획하면 재미가 줄어듭니다. 제주에서는 갑자기 바람이 세고, 문 닫은 가게도 있고,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예상 밖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현기영:
섭지코지 같은 아름다운 장소 앞에서도 우리는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주의 아름다움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섬의 고통을 쉽게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스다 마사키:
아름다운 곳일수록 더 조심해서 봐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일본에서도 아름다운 지방 풍경 뒤에 재해, 이주, 고령화, 사라지는 마을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효리:
그래서 제주를 사랑한다는 건, 예쁜 바다를 좋아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섬의 바람과 불편함과 기억까지 함께 받아들이는 일이죠.

Scene 3 — 우도

장소의 분위기

우도는 제주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이다. 하얀 등대, 검은 돌담, 푸른 바다, 땅콩 아이스크림, 자전거와 전기차, 해녀의 기억, 작은 마을. 여행자에게는 귀여운 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바다를 생업으로 삼아온 삶이 남아 있다.

Conversation

백종원:
우도에 오면 사람들이 땅콩 아이스크림이나 해산물을 많이 찾습니다. 그런데 우도는 먹거리만 있는 섬이 아닙니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섬입니다.

이효리:
섬 안의 섬이죠. 제주도도 섬인데, 우도에 들어오면 더 작아지고 더 느려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온 사람은 그 속도에 처음엔 어색해할 수도 있어요.

신카이 마코토:
배를 타고 들어간다는 행위가 중요합니다. 물을 건너는 순간, 사람은 조금 다른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우도는 지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장소일 것 같습니다.

스다 마사키:
저는 작은 섬에 오면 자유로움과 외로움이 같이 느껴집니다. 떠나고 싶으면 배를 타야 하고, 날씨가 나쁘면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섬의 자유는 늘 고립과 함께 있는 것 같아요.

현기영:
섬 사람들에게 바다는 길이기도 하지만 벽이기도 합니다. 바다는 먹을 것을 주지만, 사람을 데려가기도 합니다. 섬의 삶은 늘 자연과 가까운 만큼 위험과도 가까웠습니다.

백종원:
그래서 섬 음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해산물이 싱싱하다고만 말하면 부족합니다. 그 해산물을 얻기 위해 누군가 바다에 나갔고, 물때와 날씨와 위험을 감당했습니다.

이효리:
우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귀여운 여행지라는 첫인상 뒤에, 섬의 삶이 조금씩 보입니다. 그것을 볼 수 있어야 제주 여행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신카이 마코토:
작은 섬의 빛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 배가 떠나는 항구, 갑자기 조용해지는 길. 그런 장면이 여행 후에도 마음에 남습니다.

Scene 4 — 월정리 해변

장소의 분위기

월정리는 투명한 바다와 하얀 모래, 카페와 의자,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유명한 해변이다. 푸른색이 너무 선명해서 현실보다 더 예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동시에 질문을 만든다. 여행자는 바다를 바라보러 왔는가, 아니면 바다 앞의 자기 모습을 남기러 왔는가.

Conversation

이효리:
월정리는 정말 예쁩니다. 그런데 너무 예뻐서 가끔은 바다가 배경이 되어버릴 때가 있어요. 사람들이 바다를 보는지, 바다 앞의 자기 모습을 보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스다 마사키:
그건 일본의 인기 해변이나 카페 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풍경을 보러 오지만, 어느 순간 풍경 속에 있는 자기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백종원:
관광지가 되면 음식도 그렇게 변합니다. 맛도 중요하지만, 사진이 잘 나오는지, 분위기가 좋은지, 사람들이 올릴 만한지가 중요해지죠.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본질을 놓칠 위험은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저는 월정리 같은 바다를 보면 빛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현실의 장소인데,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영화 장면을 찍으러 온 것 같습니다.

현기영:
그런 아름다움이 제주를 널리 알렸지만, 동시에 제주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주가 단지 예쁜 바다와 카페의 섬으로 소비될 때, 이 섬의 오래된 기억은 뒤로 밀려납니다.

이효리:
그래도 사람들이 제주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잘못은 아니에요. 문제는 사랑이 너무 얕을 때죠. 예쁘니까 사랑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 섬이 어떻게 버텨왔는지도 보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스다 마사키:
그건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도 비슷하네요. 겉모습이 아름다워서 끌릴 수 있지만, 오래 사랑하려면 그 사람의 상처와 시간도 알아야 하니까요.

신카이 마코토:
월정리의 바다는 너무 맑아서,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 묻게 합니다.

Scene 5 — 동문시장 밤거리

장소의 분위기

밤의 동문시장은 제주 여행의 또 다른 얼굴이다. 해산물, 흑돼지, 귤, 오메기떡, 튀김, 꼬치, 기념품, 사람들의 줄, 상인들의 목소리. 낮의 바다와 초원이 제주의 자연을 보여주었다면, 밤의 시장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제주를 보여준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다시 배가 고파지고, 섬은 조금 더 가까워진다.

Conversation

백종원:
제주 여행의 마지막은 시장이 좋습니다. 바다를 봤으면, 그 바다에서 나온 것을 먹어봐야 하거든요. 동문시장에는 제주가 먹는 방식이 아주 잘 보입니다.

이효리:
시장에 오면 제주가 관광지에서 생활의 공간으로 바뀌는 느낌이 있어요. 물론 여기도 관광객이 많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목소리와 손놀림이 살아 있습니다.

스다 마사키:
밤시장은 언제나 조금 설렙니다. 낮에는 풍경을 보고, 밤에는 사람을 보는 느낌입니다. 불빛과 음식 냄새가 사람을 더 가까이 데려옵니다.

신카이 마코토:
시장 불빛은 바다의 빛과 다릅니다. 낮의 제주는 자연의 색이었다면, 밤의 시장은 사람의 색입니다. 빨간 불, 노란 불, 연기, 움직이는 손, 기다리는 얼굴. 모두 장면이 됩니다.

현기영:
시장은 살아 있는 기억입니다. 섬의 고통도, 생계도, 기쁨도 결국 사람들의 하루 속에서 이어집니다. 역사는 기념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목소리와 밥상에도 남아 있습니다.

백종원:
맞습니다. 제주 음식은 특별한 레스토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장에서 먹는 한입, 길거리에서 먹는 간식, 가족에게 사가는 선물에도 제주가 있습니다.

이효리:
제주에 살다 보면 여행자들이 보는 제주와 주민들이 사는 제주가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그런데 시장은 그 둘이 잠깐 만나는 곳 같아요.

스다 마사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제주가 훨씬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섬이지만, 그 아름다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섬입니다.

현기영:
그렇게 느꼈다면 오늘의 여행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제주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섬입니다. 쉽게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Closing

이효리:
오늘 우리는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우도, 월정리, 동문시장을 걸었습니다. 제주는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아름답기만 한 섬은 아니었습니다.

백종원:
제주의 맛도 마찬가지입니다. 흑돼지, 해산물, 시장 음식은 맛있지만, 그 맛 뒤에는 섬의 생활과 바다의 위험과 사람들의 손이 있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그 시간을 조금 나누는 일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저에게 제주는 빛과 바람의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빛은 너무 밝아서 오히려 그림자를 생각하게 했고, 그 바람은 자유롭지만 동시에 외로웠습니다.

스다 마사키:
제주는 휴양지처럼 보이지만, 오늘 걸어보니 훨씬 깊은 감정을 가진 섬이었습니다. 떠나고 싶게 만드는 섬이면서, 오래 남게 만드는 섬입니다.

현기영:
제주는 한국의 하와이가 아닙니다. 제주는 제주입니다. 이 섬에는 화산과 바다, 신화와 노동, 관광과 상처, 자유와 고립이 함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함께 보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효리:
내일은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라산, 오설록, 협재, 애월, 노을. 제주 서쪽과 남쪽을 걸으며, 이 10일의 한국 여행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남기는지 천천히 정리하게 될 것입니다.

Day 10 — 제주 서쪽과 남쪽: 한라산, 오설록, 협재, 애월, 제주 노을

Theme

여행의 마지막 날, 한국은 어떤 질문을 남기는가?

Guests

알엠 — 여행이 끝날 때 남는 감정, 예술, 기억, 세계 속 한국을 정리하는 글로벌 한국인의 목소리
한강 — 제주의 빛, 바람, 침묵, 상처와 회복을 문학적으로 마무리하는 작가
이효리 — 제주에서 산다는 것, 자연과 함께 사는 삶, 여행자가 떠난 뒤의 섬을 이야기하는 목소리
사카구치 켄타로 —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일본 배우로, 이별, 여운, 조용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게스트
이쿠라 — 젊은 세대의 감성으로 여행의 끝, 음악, 떠남의 기분을 표현하는 일본 음악가

Opening

알엠:
오늘은 마지막 날입니다. 서울에서 시작해 디엠지와 전주, 경주, 부산, 남해를 지나 제주까지 왔습니다. 열흘 동안 한국은 하나의 나라였지만, 매일 다른 얼굴로 나타났습니다.

이효리:
마지막 날을 제주에서 보내는 건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제주는 여행의 끝을 너무 빨리 닫지 않게 해줍니다.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바람도 있고, 조금 더 천천히 떠나라고 말하는 섬이니까요.

한강: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풍경보다 마음이 더 크게 보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들이 하나씩 안쪽으로 가라앉고, 우리는 무엇을 봤는지보다 무엇이 남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카구치 켄타로:
저는 한국에 올 때마다 가까운데도 감정의 깊이가 다르다고 느낍니다. 일본과 닮은 부분도 있지만, 한국은 감정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조금 더 뜨겁게 남기는 나라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여행의 마지막 날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쿠라: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음악도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밝은 노래도 약간 슬프게 들리고, 바람 소리도 멜로디처럼 느껴집니다. 떠나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알엠:
오늘 우리는 한라산, 오설록, 협재, 애월, 그리고 제주 노을을 만납니다. 한국 여행의 마지막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겁니다. 한국을 본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다시 보게 되는 일인가?

Scene 1 — 한라산 또는 1100고지

장소의 분위기

한라산은 제주 한가운데 조용히 서 있다. 바다의 섬이라고 생각했던 제주가 산의 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라산을 오르거나 1100고지에 서면, 제주는 갑자기 넓고 깊어진다. 바람은 차분하고, 나무들은 낮게 흔들리며, 섬의 중심은 바다보다 조용하다.

Conversation

이효리:
제주를 바다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주의 중심에는 한라산이 있어요. 산이 있으니까 제주가 그냥 휴양지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집니다.

알엠:
서울에서는 늘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메시지, 일정, 사람들, 기대, 결과. 그런데 산에서는 내 속도가 바로 드러납니다. 내가 얼마나 급하게 살아왔는지도 느껴지고요.

사카구치 켄타로:
산에 오면 말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배우도 카메라 앞에서는 많은 것을 표현해야 하지만, 좋은 장면은 오히려 적게 말할 때 나올 때가 많습니다. 한라산은 그런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한강:
한라산은 섬의 침묵입니다. 제주의 바다가 바깥으로 열려 있다면, 한라산은 안쪽으로 깊어집니다. 사람은 산 앞에서 자기 목소리를 조금 낮추게 됩니다.

이쿠라:
음악으로 말하면 한라산은 큰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긴 저음 같아요. 계속 울리고 있지만, 너무 커서 오히려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는 소리요.

이효리:
제주에 살다 보면 자연이 사람보다 크다는 걸 자주 느껴요. 바람도 그렇고, 비도 그렇고, 산도 그렇고. 우리가 계획을 세워도 자연이 아니라고 하면 멈춰야 합니다.

사카구치 켄타로:
그런 멈춤이 때로는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여행도, 연기도, 인생도 계속 앞으로만 가면 중요한 표정을 놓칠 때가 있거든요.

알엠:
그게 여행의 마지막 날에 필요한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보려는 여행이 아니라, 내가 조금 작아지는 여행.

Scene 2 — 오설록 티뮤지엄과 녹차밭

장소의 분위기

오설록의 녹차밭은 제주 바람 속에서도 질서 있게 펼쳐져 있다. 낮은 초록빛이 끝없이 이어지고, 차의 향은 여행자의 속도를 낮춘다. 이곳에서는 제주가 바다와 화산의 섬만이 아니라, 손으로 가꾸고 기다리는 땅이라는 사실이 보인다.

Conversation

이쿠라:
녹차밭은 색이 정말 아름답네요. 바다의 파란색과는 완전히 다른 제주입니다. 초록색이 마음을 조금 안정시키는 느낌이에요.

한강:
차는 기다림의 맛입니다. 잎이 자라고, 따고, 말리고, 우리고, 마시는 시간까지 모두 필요합니다. 빠른 여행자는 그 시간을 쉽게 지나치지만, 차는 서두르면 깊어지지 않습니다.

사카구치 켄타로:
기다림이라는 말이 좋네요. 어떤 감정은 바로 말하면 얕아지고, 조금 기다린 뒤에야 진짜 얼굴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차도, 사랑도, 이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알엠:
요즘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빨리 소비합니다. 음악도, 영상도, 뉴스도, 여행지도. 그런데 차를 마시는 시간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천천히 해야 맛이 나죠.

이효리:
제주에서 살다 보면 그런 시간이 소중해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차 한 잔 마시는 시간. 도시에서는 그걸 사치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사람이 다시 자기 마음을 듣는 시간일 수도 있어요.

이쿠라:
노래를 부를 때도 침묵이 필요합니다. 계속 소리만 있으면 음악이 피곤해지거든요. 차밭은 음악에서 쉼표 같은 장소처럼 느껴집니다.

사카구치 켄타로:
영화에서도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은 대사가 많은 장면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그냥 창밖을 보거나, 차를 마시거나,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있는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습니다.

한강:
여행에도 쉼표가 있어야 합니다. 보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깊이 보지 못합니다. 멈춰야 비로소 남는 것이 있습니다.

Scene 3 — 협재해수욕장

장소의 분위기

협재의 바다는 맑고 밝다. 하얀 모래와 투명한 물, 멀리 보이는 비양도, 낮게 밀려오는 파도. 월정리가 젊고 감각적인 바다였다면, 협재는 조금 더 넓고 부드러운 바다다. 이곳에서는 여행자의 마음이 한 번 더 풀어진다.

Conversation

이효리:
협재는 제주 바다 중에서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에요. 너무 극적이지 않고, 너무 외롭지도 않고, 그냥 오래 앉아 있고 싶은 바다입니다.

알엠:
저는 여행의 마지막 날에 이런 바다가 좋습니다. 뭔가를 더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게 해주는 장소요.

사카구치 켄타로:
이 바다는 슬픈 장면에도 어울리고, 행복한 장면에도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좋네요. 감정을 하나로 정하지 않는 바다입니다.

이쿠라:
협재의 바다는 노래로 만들면 너무 슬프지도 않고, 너무 밝지도 않은 곡이 될 것 같아요. 떠나기 전의 마음처럼요. 행복하지만 조금 아쉬운 감정.

한강:
바다는 늘 돌아옵니다. 파도는 떠났다가 다시 오고, 다시 떠납니다. 그래서 바다는 이별을 가르치는 동시에, 돌아옴도 가르칩니다.

이효리:
제주를 떠나는 사람들이 바다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도 그거일 것 같아요. 이 순간이 끝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은 거죠.

사카구치 켄타로:
하지만 붙잡으려고 할수록 더 빨리 사라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장면은 사진보다 마음에 남겨두는 편이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알엠:
맞아요. 사진보다 더 오래 남는 건 가끔 몸의 감각입니다. 바람의 세기, 발밑의 모래, 햇빛 때문에 눈을 찡그렸던 순간. 그런 것들이 더 오래 기억될 때가 있습니다.

한강:
좋은 여행은 풍경을 소유하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풍경이 우리 안에 잠시 머물다 가게 합니다. 협재의 바다는 그런 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Scene 4 — 애월 카페 거리

장소의 분위기

애월은 제주의 감각적인 얼굴이다. 바다를 향한 카페들, 큰 창, 커피잔, 디저트, 사진 찍는 사람들, 천천히 걷는 여행자들. 아름답고 세련되지만, 동시에 제주의 상업화와 관광의 속도도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제주를 소비하는 방식이 서로 마주친다.

Conversation

알엠:
애월은 정말 예쁘지만, 동시에 생각할 것도 많은 곳입니다. 제주의 자연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수록, 그 자연을 둘러싼 소비도 커지니까요.

이효리:
맞아요. 제주가 사랑받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제주가 너무 빠르게 소비될 때는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바다는 그대로인데, 그 주변의 속도는 너무 빨라질 때가 있거든요.

사카구치 켄타로:
일본에서도 바다 앞 카페나 작은 마을이 갑자기 유명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곳을 사랑해서 찾아오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랑이 장소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쿠라:
젊은 사람들이 예쁜 장소를 찾는 마음도 이해돼요. 사진을 찍고, 기억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죠. 하지만 모든 것을 콘텐츠로 만들면, 장소가 숨 쉴 틈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한강:
관광은 사랑의 한 형태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침범의 형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장소가 계속 살아갈 권리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알엠:
팬덤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사랑이 커질수록 대상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부담이 되기도 하죠. 장소도 사람처럼 존중받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효리:
제주를 좋아한다면, 제주를 조금 덜 소유하려는 마음도 필요해요. 다 보고, 다 찍고, 다 가져가려는 마음보다, 조금 남겨두고 가는 마음.

사카구치 켄타로:
사람을 좋아할 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상대를 전부 알고 싶고, 전부 갖고 싶어질 때가 있지만,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의 거리와 침묵도 존중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쿠라:
여행도 음악처럼 여백이 있어야 하네요. 모든 소리를 채우면 좋은 노래가 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장소를 소비하면 좋은 여행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강:
애월은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앞에서 우리가 어떤 여행자가 될 것인지 묻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Scene 5 — 제주 노을

장소의 분위기

여행의 마지막 장면은 노을이다. 바다는 금빛으로 물들고, 하늘은 천천히 어두워진다. 사람들은 말이 줄어들고, 사진을 찍다가도 잠시 화면에서 눈을 뗀다. 열흘 동안의 도시와 길, 시장과 산, 바다와 기억이 이 노을 속으로 천천히 모인다.

Conversation

이쿠라:
노을은 항상 끝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끝은 아니죠. 오늘의 빛이 사라지는 것이고, 내일은 또 다른 빛이 올 테니까요. 그래서 슬프지만 위로가 됩니다.

사카구치 켄타로:
배우로서 노을 장면을 생각하면, 대사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끝나는 순간에는 말보다 표정이 더 많은 것을 전하니까요. 지금 이 제주 노을도 그런 장면 같습니다.

알엠:
서울에서 시작했을 때 우리는 한국의 속도를 봤습니다. 성수, 홍대, 용산, 한강. 그리고 디엠지에서는 멈춰 있는 경계를 봤고, 전주에서는 밥상을, 경주에서는 오래된 시간을, 부산에서는 바다와 시장의 에너지를 봤습니다. 남해와 제주에서는 자연이 사람을 어떻게 낮추는지 보았습니다.

이효리:
한국은 정말 한 가지 얼굴로 설명하기 어려운 나라예요. 너무 빠르고, 너무 뜨겁고, 너무 아픈데, 또 너무 아름답고 다정한 순간이 있습니다.

한강:
한국은 상처와 속도, 기억과 욕망, 자연과 도시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것들이 서로 부딪히고, 때로는 서로를 안고, 다시 새로운 풍경을 만듭니다.

이쿠라:
일본인의 시선으로 보면 한국은 굉장히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이가 있는 나라처럼 느껴집니다.

사카구치 켄타로: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한국은 감정을 숨기지 않는 순간이 많습니다. 웃음도 크고, 슬픔도 깊고, 사랑도 조금 더 뜨겁게 남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이야기가 일본 사람들에게도 닿는 것 같습니다.

알엠:
여행이 끝날 때 남는 것은 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더 좋은 질문입니다. 나는 이 나라를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얼마나 깊이 보고 있었는가. 가까운 곳을 너무 쉽게 지나치고 있지는 않았는가.

이효리:
제주 노을은 말합니다. 다 가져가려고 하지 말고, 조금은 남겨두고 가라고요. 그래야 다시 올 수 있으니까요.

한강:
좋은 여행은 끝난 뒤에도 마음 안에서 계속 걸어갑니다. 이 노을이 사라진 뒤에도, 우리가 본 한국은 우리 안에서 다시 질문을 시작할 것입니다.

Closing

알엠:
열흘 동안 우리는 한국을 걸었습니다. 서울의 궁궐과 골목, 젊은 거리와 케이컬처, 디엠지의 경계, 전주의 밥상, 경주의 오래된 시간, 부산의 바다와 시장, 남해의 습지와 섬, 제주의 산과 노을. 하지만 이 여행은 한국을 다 보았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이효리:
오히려 반대입니다. 한국은 다 볼 수 없는 나라입니다. 너무 빨리 변하고, 너무 많은 기억을 품고 있고, 도시와 자연이 너무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다시 봐야 합니다.

사카구치 켄타로:
가까운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닮은 점을 찾는 것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리듬, 다른 상처, 다른 아름다움 앞에서 조용히 서는 것도 이해의 한 방식입니다.

이쿠라:
저에게 이 여행은 하나의 긴 노래처럼 느껴졌습니다. 서울의 빠른 리듬, 전주의 따뜻한 멜로디, 경주의 낮은 음, 부산의 큰 목소리, 제주의 바람 소리.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곡 안에 있었습니다.

한강:
한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한국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이 품고 있는 질문 앞에 서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 질문을 완전히 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좋은 여행은 답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알엠:
한국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도, 정말 한국을 알고 있을까요?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도, 정말 한국을 가까이 보고 있었을까요? 이 열흘의 여행은 그 질문을 남깁니다.

이효리:
그리고 제주의 노을처럼 조용히 말합니다. 다시 천천히 보라고요. 더 깊이 사랑하려면, 더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요.

마무리 - 알엠

한국 10일의 깊은 여정

열흘 동안 우리는 한국을 걸었습니다.

서울의 궁궐에서 시작해, 성수와 홍대의 젊은 거리로 갔고, 디엠지의 경계 앞에 섰습니다. 전주에서는 밥상 위의 기억을 만났고, 경주에서는 오래된 왕국의 침묵을 들었습니다. 부산에서는 시장과 바다의 큰 목소리를 들었고, 남쪽 바다에서는 자연이 사람을 천천히 설득하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바람과 상처와 자유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을 여행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한국을 보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빠르게 살아왔는지. 내가 익숙한 것을 얼마나 쉽게 지나쳤는지. 내가 가까운 사람과 가까운 장소를 정말 깊이 보고 있었는지.

한국은 한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서울처럼 빠르지만, 경주처럼 오래되었습니다. 부산처럼 크게 웃지만, 디엠지처럼 말없이 아픕니다. 전주처럼 따뜻하게 밥을 차려주지만, 제주처럼 혼자 바람을 견디게도 합니다. 한국은 늘 모순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모순 때문에 살아 있습니다.

일본인 게스트들이 이 여행에 함께했다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가까운 나라의 시선은 때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여줍니다. 한국인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골목, 시장, 밥상, 바다, 경계 앞에서 일본인 게스트들은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이 장소가 이렇게 뜨거운가. 왜 이 아름다운 풍경 뒤에 슬픔이 있는가. 왜 한국 사람들은 감정을 이렇게 크게, 깊게, 빠르게 표현하는가.

그 질문들 덕분에 한국도 자기 자신을 다시 보게 됩니다.

좋은 여행은 모든 답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좋은 질문을 남깁니다.

한국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까운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그 답은 하나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 10일간의 여행이 보여준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은 빠르게 소비하고 지나갈 나라가 아닙니다. 천천히 걸어야 하고, 여러 번 다시 봐야 하고, 아름다움뿐 아니라 상처까지 함께 바라봐야 하는 나라입니다.

제주의 노을처럼, 이 여행은 조용히 끝납니다.

하지만 좋은 여행은 끝난 뒤에도 마음 안에서 계속 걸어갑니다. 서울의 불빛, 전주의 밥상, 경주의 밤, 부산의 시장, 남해의 갈대, 제주의 바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우리 안에서 다시 질문이 됩니다.

한국을 다시 보라고.

가까운 것을 너무 쉽게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더 깊이 사랑하려면, 더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유재석
한국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국민 MC로, 여행자의 마음과 도시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안내자다. 서울, 전주, 홍대의 장면에서 익숙한 한국을 다시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유홍준
한국 문화유산과 역사 공간을 깊이 있게 풀어내는 문화 해설자다. 궁궐, 한옥, 경주 유적, 디엠지의 장소성을 통해 한국의 오래된 시간과 기억을 설명한다.

한강
한국의 상처, 침묵, 기억,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작가다. 도시와 자연, 전쟁과 섬, 음식과 골목 속에 남아 있는 말 없는 감정을 읽어낸다.

우에다 신야
일본의 인기 MC로, 날카롭지만 유쾌한 질문을 던지는 게스트다. 한국을 잘 아는 듯하면서도 새롭게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선을 대표한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일본의 전설적인 인터뷰어이자 문화적 기억의 상징이다. 전쟁, 가족, 기억, 사람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고 깊이 있게 듣는 역할을 맡는다.

알엠
세계적인 케이팝 아티스트이자 젊은 한국인의 사유를 대표하는 목소리다. 서울의 속도, 경주의 시간, 제주의 노을을 예술과 세대의 감각으로 연결한다.

장원영
케이팝과 패션, 젊은 서울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성수, 압구정, 한강을 통해 젊은 세대의 자기표현과 도시의 무대성을 보여준다.

백종원
한국 음식과 시장, 골목의 현실적인 맛을 설명하는 음식 안내자다. 전주, 부산, 제주, 남도의 밥상을 통해 음식이 단순한 맛이 아니라 생활과 기억임을 보여준다.

마츠코 디럭스
일본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날카로운 관찰자다. 서울의 트렌드와 전주의 음식 문화, 소비와 전통 사이의 긴장을 유머와 통찰로 바라본다.

아리요시 히로이키
직설적인 유머와 거리 감각을 가진 일본 예능인이다. 성수, 부산, 시장과 골목의 장면에서 허세와 진짜 매력을 동시에 짚어낸다.

봉준호
한국 사회의 계층, 불안, 유머, 욕망을 날카롭게 읽어내는 영화감독이다. 홍대와 연남, 용산의 장면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현실의 압력 속에서 태어났음을 보여준다.

이쿠라
일본 젊은 세대의 음악 감성을 대표하는 목소리다. 서울의 거리, 제주의 바람, 여행의 마지막 감정을 음악적 언어로 풀어낸다.

히카킨
일본의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로, 유튜브와 디지털 콘텐츠 세대의 감각을 보여준다. 홍대와 용산에서 케이컬처가 팬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장되는 방식을 설명한다.

손석희
한국 사회의 중요한 질문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언론인이다. 디엠지와 파주에서 분단, 뉴스, 기억, 사회적 책임을 균형 있게 이끌어간다.

기무라 타쿠야
일본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배우로,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게스트다. 전주와 부산에서 감각적인 여행자의 시선을 더한다.

신카이 마코토
빛, 하늘, 바다, 시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경주, 남해, 제주에서 풍경을 영화적인 장면과 감정으로 해석한다.

하뉴 유즈루
절제, 집중, 아름다움의 균형을 보여주는 일본 피겨스케이터다. 경주와 남도의 자연 속에서 조용한 자세와 몸의 감각으로 장소의 깊이를 읽어낸다.

강호동
크고 따뜻한 에너지로 부산의 사람 냄새와 남쪽 도시의 활기를 살리는 예능형 안내자다. 부산의 바다, 시장, 웃음, 사투리의 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나
일본인이지만 한국 대중문화 안에서 사랑받는 케이팝 스타다. 부산을 통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가까움과 다름, 그리고 문화적 연결을 보여준다.

이효리
제주와 자연, 자유롭고 느린 삶을 상징하는 한국의 아이콘이다. 남해와 제주에서 도시 밖의 삶, 자연과 함께 사는 감각, 여행자가 떠난 뒤의 섬을 이야기한다.

현기영
제주 4·3과 섬의 아픈 기억을 깊이 바라보는 작가다. 제주의 아름다움 뒤에 남아 있는 역사와 침묵, 말해지지 않은 상처를 드러낸다.

스다 마사키
일본의 젊은 배우이자 음악가로, 섬의 외로움과 자유를 섬세하게 바라보는 게스트다. 제주 동쪽의 바람과 바다를 젊은 감성으로 해석한다.

사카구치 켄타로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일본 배우로, 이별과 여운, 조용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스트다. 여행의 마지막 날, 제주 노을 앞에서 가까운 나라 사이의 감정적 거리를 부드럽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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