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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왜 가족의 적이 되는가: 늦은 사무실의 두 사람

April 5, 2026 by Nick Sasaki Leave a Comment

3화 — 회사는 왜 가족의 적이 되는가

3화 — 회사는 왜 가족의 적이 되는가

오프닝: 시작 전부터 지친 아침

EXT. 서울 – 이른 아침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
한 손엔 커피, 다른 손엔 핸드폰.
어깨는 이미 내려앉아 있다.
회사로 향하는 구두 소리, 운동화 소리, 카드 찍는 소리.
누구도 크게 말하지 않는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조금씩 닳아 있는 얼굴들.

도윤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셔츠는 단정하지만 눈은 피곤하다.

서윤도 다른 건물의 로비로 들어선다.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직원증을 찍는다.

같은 도시, 다른 회사.
비슷한 피로.

서윤 (V.O.)
회사는 삶을 지탱하는 곳이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삶을 미루게 만드는 곳이 되어 있었다.


Table of Contents
3화 — 회사는 왜 가족의 적이 되는가
오프닝: 시작 전부터 지친 아침
1: 조용한 제외
2: 밀려나는 사람
3: 여자의 질문
4: 조용한 조언
5: 말하지 못하는 이유
6: 이미 알고 있는 진실
7: 먼저 나가는 사람
8: 남자의 현실
9: 먼저 닳는 사람
10: 늦은 밤의 대화
11: 처음 꺼낸 두려움
12: 서로 다른 포기
13: 각자의 자리에서
14: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
엔딩

1: 조용한 제외

INT. 도윤 회사 회의실 – 아침

프로젝트 회의.

팀장은 벽면 화면 앞에 서 있고, 직원들은 노트북을 펼친 채 앉아 있다.
회의실 안 공기는 조용히 긴장되어 있다.

팀장
이번 분기 프로젝트는 일정이 굉장히 타이트합니다.
중간에 변수가 생기면 안 돼요.

리스트를 넘긴다.

팀장 (CONT'D)
도윤 씨, 이 파트 맡고요.
최 대리는 이번엔 지원 쪽으로 빠지는 걸로 하죠.

잠깐 정적.

최 대리
지원 쪽이요?

팀장
네. 아무래도 요즘 집안 사정도 있고 하니까.
무리하는 것보단 안정적으로 가는 게 낫죠.

표정은 부드럽다.
말투도 부드럽다.
하지만 회의실 안 사람들은 다 안다.
이건 배려가 아니라, 조용한 제외다.

최 대리
일은 할 수 있습니다.

팀장이 미소를 지은 채 말한다.

팀장
그건 알죠. 능력 문제가 아니에요.

그 말이 오히려 더 깊게 박힌다.

도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메모하는 척한다.
펜 끝이 멈춰 있다.

옆자리의 누군가가 낮게,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말한다.

동료 1
애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 뭐.

작지만 충분히 큰 말.

도윤의 표정이 굳는다.

2: 밀려나는 사람

INT. 도윤 회사 복도 – 회의 직후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진다.

최 대리가 복도 끝 정수기 앞에 서 있다.
종이컵에 물을 따르지만 마시지 않는다.

도윤이 망설이다 다가간다.

도윤
괜찮으세요?

최 대리가 짧게 웃는다.

최 대리
괜찮냐는 말, 회사에서 들으면 제일 무섭지.

도윤은 아무 말 못 한다.

최 대리 (CONT'D)
육아휴직 쓴 게 문제는 아니야.
그 뒤부터 나를 덜 믿는다는 게 문제지.

도윤이 그를 본다.

최 대리 (CONT'D)
예전엔 바빠도 일은 나한테 왔거든.
지금은 다들 먼저 생각해.
“저 사람은 집에 일이 있으니까.”

최 대리가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최 대리 (CONT'D)
집이 생겼다고 덜 성실한 사람이 된 건 아닌데 말이지.

도윤은 짧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이 남는다.

3: 여자의 질문

INT. 서윤 회사 회의실 – 아침

서윤이 발표를 마무리한다.

슬라이드는 명확하고, 설명은 군더더기 없다.
회의실 안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상사도 만족한 표정이다.

상사
좋네요. 이 방향으로 가면 되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은 나간다.
서윤이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상사가 다시 부른다.

상사
서윤 씨, 잠깐.

서윤이 멈춘다.

상사 (CONT'D)
이번 런칭 프로젝트 리드, 서윤 씨가 제일 유력해요.

서윤은 의외로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기다린 말인데, 너무 익숙한 다음 문장이 올 걸 알기 때문이다.

상사는 서류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잇는다.

상사 (CONT'D)
다만 일정이 길고 강도가 높아서요.
중간에 변수가 없어야 합니다.

서윤은 눈을 든다.

서윤
변수요?

상사는 곤란한 미소를 짓는다.

상사
아시잖아요. 개인적인 계획 같은 거요.

잠깐의 침묵.

서윤
출산 말씀하시는 거죠.

상사는 바로 손을 젓는다.

상사
아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그냥 현실적으로 보자는 거죠.

서윤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서윤
아직 아무 일도 없습니다.

상사
그럼 다행이고요.
이런 프로젝트는 사람이 중간에 빠지면 팀 전체가 흔들리니까.

상사는 안심한 듯 자리를 뜬다.

서윤은 혼자 남는다.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아프다.

4: 조용한 조언

INT. 탕비실 – 잠시 후

서윤이 종이컵에 커피를 따른다.
커피가 넘칠 듯 말 듯 선에서 멈춘다.

옆에 선배 직원이 들어온다.
아이 둘 있는 워킹맘 선배다.

선배
방금 불렸지?

서윤이 선배를 본다.

서윤
티나요?

선배
그 표정, 나도 예전에 많이 했어.

선배가 커피머신 버튼을 누른다.

선배 (CONT'D)
축하하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사실은 먼저 겁주는 거잖아.

서윤은 조용히 웃는다.
씁쓸한 웃음이다.

선배 (CONT'D)
엄마가 되는 건 축하받는데,
엄마가 된 뒤의 나는 계속 설명해야 하더라.

서윤의 눈빛이 바뀐다.
그 말이 그대로 들어온다.

선배 (CONT'D)
아이 아프면 왜 내가 먼저 나가야 하는지,
야근 못 하면 왜 내가 덜 절박한 사람인지,
복귀하면 왜 예전만큼 못할 거라고 다들 먼저 정해놓는지.

짧은 정적.

선배 (CONT'D)
아직 선택도 안 했는데 벌써 지는 기분 들지?

서윤은 대답 대신 컵을 꽉 잡는다.

5: 말하지 못하는 이유

INT. 도윤·서윤 각자의 점심 – 낮

도윤은 팀원들과 식당에 앉아 있다.
밥은 먹지만 입맛이 없다.

동료 2
이번 프로젝트 들어가면 주말 없어질 듯.

동료 3
애 없는 사람이 그나마 낫지 뭐.

도윤은 젓가락을 멈춘다.

다른 공간.

서윤은 혼자 회사 근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뜯고 있다.
한 입 베어 물고는 다시 내려놓는다.

두 사람은 동시에 휴대폰을 든다.

도윤이 쓴다.

도윤 문자
오늘 좀 일찍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아

지운다.

서윤이 쓴다.

서윤 문자
오늘 너무 화나는 일 있었어

지운다.

결국 서로에게 보내는 건,

도윤: 오늘도 늦을 듯
서윤: 응

둘 다 폰을 내려놓는다.

같은 결혼.
다른 고독.

6: 이미 알고 있는 진실

INT. 민정 회사 회의실 – 오후

민정이 발표 중이다.
서류와 노트북이 앞에 놓여 있다.
말은 또렷하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한다.

어린이집.

민정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는다.
받지 않으려다, 결국 양해를 구하고 나간다.

민정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복도.

민정
네, 선생님.

어린이집 교사 목소리가 다급하다.
하람이 열이 난다는 말.

민정은 눈을 감는다.

민정
지금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고 잠깐 벽에 기대 선다.
다시 회의실을 본다.
들어가야 하는데, 이미 몸은 알고 있다.
이번에도 먼저 나가는 건 자신이라는 걸.

7: 먼저 나가는 사람

INT. 민정 회사 회의실 – 계속

민정이 들어온다.

민정
죄송한데, 아이가 아파서—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분위기가 굳는다.

노골적인 비난은 없다.
그게 더 익숙하고 더 잔인하다.

팀장
아… 그럼 오늘 부분은 다른 분이 이어가죠.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는 노트북을 다시 펼친다.
민정의 자리는 곧바로 대체 가능해진다.

민정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온다.

복도에서 잠시 멈춘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챙긴다.
그 짧은 시간에도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민정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는다.
지금 무너지면 집까지 못 가니까.

8: 남자의 현실

INT. 재훈 회사 – 오후

재훈은 메신저와 보고서 사이에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때 민정에게서 문자가 온다.

민정: 하람 열나. 지금 데리러 가
민정: 오늘 당신은 언제 끝나?

재훈은 바로 답장을 못 한다.

위에서 상사가 부른다.

상사
재훈 씨, 이거 오늘 안에 정리돼야 해요.

재훈은 한 번 민정의 문자를 보고,
다시 상사를 본다.

재훈
혹시 제가 조금만—

상사
오늘만 버텨요.
다들 힘든 거 알죠?

“오늘만”이라는 말.
그 말이 쌓여서 사람이 비워진다.

재훈은 결국 답장한다.

재훈: 최대한 빨리 갈게

그 문장을 보내고 나서도
자기 스스로 못 믿는다.

9: 먼저 닳는 사람

EXT. 어린이집 앞 – 저녁

민정이 하람을 안고 나온다.
하람은 열 때문에 축 처져 있다.

민정은 가방, 약 봉투, 물병까지 다 들고 있다.
아이를 고쳐 안으려다 잠깐 휘청한다.

하람이 엄마 얼굴을 본다.

하람
엄마, 나 괜찮아.

민정은 웃으려 한다.
그런데 웃는 표정이 잘 안 된다.

민정
응. 알아.

하람이 엄마 손을 만진다.

하람
엄마, 울어?

민정은 그제야 고개를 젓는다.

민정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하람은 아이답게 금세 창밖을 본다.
민정만 남는다.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이,
엄마를 먼저 닳게 하는 순간이다.

10: 늦은 밤의 대화

INT. 도윤·서윤 집 – 밤

늦은 시간.
둘 다 집에 있다.

아주 드물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
하지만 편안하지는 않다.

서윤은 옷도 갈아입기 전에 물을 마신다.
도윤은 넥타이를 푼 채 소파에 앉아 있다.

잠깐 침묵.

도윤이 먼저 말한다.

도윤
오늘 회사에서 봤어.
가족 일 생기면 사람이 어떻게 밀려나는지.

서윤이 그를 본다.

서윤
나도 오늘 들었어.
아직 아무 일도 없는데, 벌써 빠질 수도 있는 사람 취급 받는 거.

도윤은 쓴웃음을 짓는다.

도윤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서윤이 한참 뒤에 말한다.

서윤
그러니까 더 무서운 거지.

조용해진다.

서울 야경이 창밖으로 보인다.
예쁜데 숨 막히는 빛.

11: 처음 꺼낸 두려움

INT. 베란다 / 창가 – 계속

서윤이 창가에 선다.
도윤도 따라온다.

서윤이 거의 혼잣말처럼 말한다.

서윤
엄마가 되는 게 무서운 게 아니야.

도윤은 가만히 듣는다.

서윤 (CONT'D)
엄마가 된 다음에…
내가 너무 쉽게 지워질까 봐 무서운 거지.

도윤의 표정이 달라진다.
그는 이 말을 처음 듣는다.
하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그녀가 오래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서윤 (CONT'D)
일도 하고 싶고,
가족도 갖고 싶고,
나도 잃고 싶지 않은데…
다들 꼭 하나는 포기하라고 하는 것 같아.

짧은 침묵.

도윤도 마침내 말한다.

도윤
나는…
일을 잃는 게 무서운 게 아니야.

서윤이 그를 본다.

도윤 (CONT'D)
가족을 지키고 싶어지는 순간부터
내가 회사에 덜 필요한 사람이 될까 봐 무서운 거야.

서윤의 얼굴이 조금 풀린다.
처음으로, 서로의 공포가 비슷한 모양이었다는 걸 본다.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하지만 혼자인 줄 알았던 두려움이,
둘의 언어가 되기 시작한다.

12: 서로 다른 포기

INT. 재훈·민정 집 – 밤

하람은 잠들었다.

식탁 위에 식은 반찬.
약 봉투.
민정의 노트북.
재훈의 회사 메신저 알림.

재훈이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재훈
미안해.

민정은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물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는다.

민정
당신이 늦은 게 화나는 게 아니야.

재훈이 멈춘다.

민정 (CONT'D)
나는 한 번도 늦어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화나는 거야.

재훈은 할 말이 있다.
하지만 변명처럼 들릴 걸 안다.

재훈
나도 안 가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

민정
알아.

잠깐 정적.

민정 (CONT'D)
근데 당신은 그래도 “오늘만”이라는 말을 듣고 남을 수 있잖아.
나는 애 아프면 그냥 나가는 사람이야.
설명도 없이, 양해도 없이, 당연하게.

재훈이 눈을 감았다 뜬다.

민정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민정 (CONT'D)
당신이 늦은 게 아니라,
나는 항상 먼저 무너지는 쪽이라는 게… 너무 화나.

재훈은 아무 말도 못 한다.

사랑은 있다.
그런데 역할이 기울어져 있다.
그 경사가 결혼을 갉아먹고 있다.

13: 각자의 자리에서

INT. 병렬 몽타주 – 밤

  • 서윤은 회사 화장실 거울 앞에서 한참 서 있다
  • 도윤은 복도 끝 창가에서 폰 화면만 멍하게 본다
  • 민정은 잠든 하람 옆에서 노트북을 열었다 닫는다
  • 재훈은 가족사진을 보다가 화면을 꺼 버린다

누구도 크게 울지 않는다.
누구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이건 극적인 붕괴가 아니라,
오래 버틴 사람들의 균열이다.

서윤 (V.O.)
회사는 삶을 지탱하는 곳이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삶을 미루게 만드는 곳이 되어 있었다.

14: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

INT. 도윤·서윤 집 – 늦은 밤

둘은 같은 집 안에 있지만
이제 막 다시 대화를 배워가는 사람들처럼 조심스럽다.

도윤이 소파에 앉아 있고,
서윤은 식탁에 기대 있다.

둘 다 피곤하다.
하지만 오늘은 도망가지 않는다.

도윤
우리, 요즘 너무 말 안 하고 살았지.

서윤이 아주 작게 웃는다.

서윤
말하면 더 무거워질까 봐.

도윤
안 해도 무거웠는데.

그 말에 서윤이 잠깐 눈을 내린다.

둘은 서로를 본다.

여전히 불안하다.
여전히 답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같은 문제를 같은 언어로 보고 있다.

그 자체가 작은 변화다.

엔딩

EXT. 서울 – 밤

아직 꺼지지 않은 사무실 불빛.
늦은 시간까지 달리는 버스.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도윤 (V.O.)
집에 빨리 가는 사람이 약해 보이는 회사에서는,
가족이 늘 나중이 된다.

카메라는
도윤과 서윤의 집 창문을 비춘다.

같은 집 안.
같은 밤.
조금은 가까워졌지만, 아직 멀다.

다음 회에서는
그 무게가 결국 누구에게 쏠리고 있었는지가
가정 안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END OF EPISODE 3

Filed Under: 가족, 영화/드라마, 직장 문화, 한국 사회 Tagged With: 가족 친화적이지 않은 직장, 가족을 미루게 만드는 회사, 늦은 사무실 불빛, 부모 역할의 두려움, 부부와 일의 충돌, 아버지 역할과 회사, 아빠의 육아 불안, 엄마가 되기 전의 불이익, 여성 커리어 불안, 워킹맘 현실, 직장 내 성차별 현실, 직장과 출산 압박, 한국 감정 드라마, 한국 사회 서사, 한국 직장 문화 드라마, 한국 현실 드라마, 한국 회사와 가족, 회사는 왜 가족의 적이 되는가, 회사와 결혼 생활, 회사와 삶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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