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집을 찾는다는 것

오프닝
EXT. 서울 – 아침
서울은 숫자로 하루를 시작한다.
부동산 유리창에 붙은 매물 종이들.
학군 현수막 뒤로 솟아 있는 아파트 단지.
아이 손을 잡고 급하게 건너는 부모들.
바쁘게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
어린이집 간판, 학원 간판, 버스 정류장의 대출 광고.
모든 것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먼저 내라. 나중에 살아라.
오래된 아파트 복도.
우편함 줄.
손 하나가 들어간다.
서윤이다.
고지서들, 전단지, 광고지를 넘기다가
한 장의 봉투에서 멈춘다.
그 자리에서 바로 뜯는다.
눈이 한 번 훑고,
다시 한 번 훑는다.
표정이 멈춘다.
서윤 (V.O.)
우리는 집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미래를 허락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종이를 접는다.
깔끔하지 않게.
1. 계약서 위의 아침

INT. 아파트 – 아침
서윤은 출근 준비를 한 채
식탁 앞에 서 있다.
커피는 식어 있고,
계약서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다.
집은 어제와 똑같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게 보인다.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관문이 열리고
도윤이 급하게 들어온다.
충전기를 놓고 나갔다가 다시 올라온 것이다.
그는 먼저 종이를 본다.
그다음 서윤의 얼굴을 본다.
묻지 않는다.
이미 알 수 있는 표정이다.
도윤
무슨 일이야?
서윤이 종이를 밀어준다.
도윤이 읽는다.
보증금 인상.
월세 인상.
기한 촉박.
한 번 더 읽는다.
도윤
이 정도야?
서윤은 고개를 끄덕인다.
서윤
동네 시세가 올랐대.
도윤이 짧게 웃는다.
웃음이 아니다.
도윤
그렇겠지.
커피잔을 들었다가
비어 있는 걸 보고 다시 내려놓는다.
둘 다 먼저 말하지 않는다.
아이.
계획.
미래.
종이가 대신 말하고 있다.
서윤
근처 좀 봤어.
도윤
어때?
서윤이 휴대폰을 건넨다.
도윤이 스크롤 한 번 내린다.
작거나,
멀거나,
비싸거나.
혹은 다.
서윤
그게 그나마 나은 거야.
도윤이 휴대폰을 돌려준다.
출근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도윤
오늘 밤에 얘기하자.
서윤은 종이를 본다.
서윤
우리는 늘 밤에 얘기하지.
그 말이 남는다.
도윤은 충전기를 챙기고 나간다.
이번에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못한다.
2. 숫자로 바뀐 식탁
INT. 아파트 – 밤
식탁 위.
계약서, 계산기, 노트북,
그리고 지친 두 사람.
도윤은 대출 앱을 두드린다.
서윤은 매물 창을 세 개 띄워놓고 있다.
서윤
여긴 지금보다 더 좁아.
도윤
얼마나?
서윤
서로 지나갈 때마다 미안해질 정도.
도윤이 아주 살짝 웃는다.
서윤
여긴 싸.
도윤
왜?
서윤이 지도 화면을 돌린다.
침묵.
도윤
여긴… 서울 아니야.
서윤
그래서 “가성비”라고 부르는 거지.
도윤이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
도윤
한 시간 사십칠 분…
서윤
문제 없을 때 기준.
도윤
문제는 항상 생기지.
도윤이 말하려다 멈춘다.
도윤
그럼… 우리가—
서윤이 올려다본다.
서윤
우리가 뭐?
도윤이 멈춘다.
서윤
조금 버텨보자는 말이야?
도윤이 숨을 내쉰다.
도윤
방법을 찾고 있는 거야.
서윤이 조용히 말한다.
서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
결국 누군가는 더 많이 포기해야 된다는 뜻이야.
도윤이 그녀를 본다.
이건 공격이 아니다.
경험이다.
도윤
너한테 포기하라고 하는 거 아니야.
서윤
그럼 누가 해?
짧은 침묵.
서윤 (CONT'D)
집이 멀어지면 누가 더 힘들어질까.
퇴근 늦어지면 누가 더 무너질까.
나중에 아이 때문에 전화 오면…
회사에서 누가 더 눈치 보게 될까.
도윤은 말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
도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서윤이 종이를 내려다본다.
서윤
답이 없는 게 문제야.
그냥 다른 방식으로 막히는 것뿐이지.
둘 사이에 조용함이 내려앉는다.
3. 회사에 숨겨둔 계산
INT. 도윤 회사 – 낮
엑셀 화면.
그 뒤에 숨겨진 부동산 창.
도윤은 빠르게 전환한다.
옆자리의 최 대리.
지쳐 보인다.
팀장이 지나간다.
팀장
주말도 일정 잡아야 합니다.
최 대리가 잠깐 망설인다.
최 대리
이번 주말은… 집에—
팀장의 표정이 아주 조금 바뀐다.
팀장
그건 알아서 조율하시죠.
지나간다.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니터를 본다.
숫자. 계획. 통제.
그리고 숨겨진 계산.
4. 회의실의 다른 질문

INT. 서윤 회사 – 낮
회의실.
서윤이 발표한다.
정확하고 설득력 있다.
회의가 끝나고,
상사가 다가온다.
상사
좋았어요. 아주 좋았어요.
서윤
감사합니다.
상사
팀 리드 고민 중인데…
혹시 개인 계획은 변동 없죠?
서윤이 본다.
서윤
개인 계획이요?
상사
장기적으로요.
프로젝트가 길어서요.
서윤이 조용히 말한다.
서윤
출산 말씀하시는 거죠.
상사가 어색하게 웃는다.
상사
그건 아니고… 현실적으로요.
서윤은 그대로 본다.
서윤
변동 없습니다.
상사가 안심하고 떠난다.
서윤은 한 박자 늦게 숨을 쉰다.
5. 집값보다 무거운 삶
INT. 재훈·민정 집 – 저녁
지도, 학군, 어린이집 시간표.
민정이 계산 중이다.
재훈이 들어온다.
재훈
좋아하는 거 사왔어.
민정
싸서 산 거지?
재훈이 앉는다.
재훈
이거 언제까지 볼 거야.
민정
안 보면 더 나빠져.
재훈
멀리 가면 내가 집을 못 봐.
민정
여기 있으면 돈이 빠져.
잠깐 침묵.
민정 (CONT'D)
멀어지면 시간 잃고,
여기 있으면 돈 잃고.
뭐가 더 나은 건데?
하람이 들어온다.
하람
주스!
둘 다 동시에 움직인다.
사랑은 있다.
숨이 없다.
6. 첫 번째 집
INT. 부동산 / 집 투어 – 주말
첫 집.
깨끗하고… 너무 좁다.
밖에 나와서—
도윤
여기서 싸우면 벽이 먼저 사과하겠다.
서윤이 웃는다.
짧게.
7. 두 번째 집

두 번째 집.
넓다.
멀다.
지도.
서윤
여기 살면 주말에만 보겠다.
도윤
지금도 비슷해.
그 말이 남는다.
8. 세 번째 집
세 번째 집.
빛이 좋다.
가능해 보인다.
서윤이 작은 방을 본다.
잠깐 미래가 보인다.
아주 잠깐.
서윤
빛 좋다.
도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학군, 어린이집, 대기, 비용.
현실이 들어온다.
밖으로 나와—
서윤
완벽한 집을 찾은 게 아니야.
도윤
알아.
서윤
그냥… 숨 막히지 않는 집을 찾은 거였어.
도윤은 대답 못 한다.
9. 엄마와의 저녁
INT. 식당 – 밤 (엄마와)
정숙
다들 그렇게 시작해.
서윤이 조용히 말한다.
서윤
시작이 무서운 게 아니야.
정숙이 본다.
서윤 (CONT'D)
시작하고 나서
숨 못 쉬게 되는 게 무서운 거야.
침묵.
서윤 (CONT'D)
아이 키우기 전에,
그냥 편하게 잘 수 있는 집부터 필요했어.
정숙은 아무 말도 못 한다.
10. 아버지와의 컵라면

EXT. 편의점 앞 – 밤
도윤과 아버지.
컵라면.
아버지
다들 버티면서 사는 거야.
도윤이 말한다.
도윤
아버지는 버티면서 앞으로 갔죠.
우리는 버텨도 그대로예요.
아버지가 말을 잃는다.
11. 집 문제가 아니라 삶 문제

INT. 재훈 집 – 밤
하람 자고 있음.
부부 대화.
민정
이건 집 문제가 아니야.
우리 삶 문제야.
재훈은 아무 말 못 한다.
12. 지하철에서 본 미래
INT. 지하철 – 밤
사람들.
아이. 부모. 학생. 커플.
서윤이 눈을 감는다.
도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서윤
아니.
그냥 더 잘 숨길 뿐이야.
잠깐.
서윤 (CONT'D)
우린 집을 찾는 줄 알았는데…
눈을 뜬다.
서윤 (CONT'D)
미래를 허락받을 수 있는지 찾고 있었어.
도윤이 그녀를 본다.
13. 다시 돌아온 집
INT. 집 – 밤
다시 돌아온 집.
계약서 그대로.
불도 약하게.
서윤
여기 남아도 불안하고,
떠나도 막막해.
도윤이 고개를 끄덕인다.
도윤
알아.
잠깐.
도윤 (CONT'D)
집은 그냥 사는 곳이 아니라…
서윤을 본다.
도윤 (CONT'D)
미래를 가질 수 있는지 알려주는 곳 같아.
서윤이 그를 본다.
해결은 없다.
그래도, 혼자는 아니다.
둘이 서 있다.
창밖.
서울.
빛나고, 비싸고, 여전히 사람들이 버티고 있는 도시.
엔딩
서윤 (V.O.)
우리는 사치를 원한 게 아니었다.
그냥… 삶이 경고처럼 느껴지지 않는 공간 하나면 충분했다.
END OF EPISOD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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